변신만이 살 길 … '트랜스포머 7대 기업' 주가 96% 올랐다

기업 잘돼야 국민도 행복
7대 기업 실적·고용도 쑥쑥

옛 주력사업은 잊어라
수소 뛰어든 한화솔루션
1년새 주가 171% 껑충 뛰어
사업 커지자 고용도 2배 늘려

대규모 투자로 기선제압
현대차 30여건 쉼없이 투자
포스코케미칼 영업익 58% 급증
배터리 소재시장 강자 변신

한국소비경제신문 승인 2021.04.22 21:37 의견 0

전 국민 주주시대에 발맞춰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대기업들의 변신 노력이 주목받고 있다. 기존 사업에 대한 고집을 버리고 신사업에 과감히 투자하며 체질을 개선해 가는 이른바 `트랜스포머`식 대기업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전통 사업과는 전혀 다른 유형의 사업에 뚝심 있게 투자하기 위해 별도 추진단을 구성하거나 인수·합병(M&A), 합작, 분사 등에 뛰어들고 있다.

이들 기업은 주가와 고용, 실적(영업이익)에서도 눈에 띄는 성과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4일 매일경제가 트랜스포머식 기업 변화를 주도하는 국내 7대 대기업의 주요 상장사를 분석한 결과 작년 1월 초 대비 지난달 말 이들의 평균 주가 상승률은 코스피 평균 상승률의 2배를 훌쩍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주), LG전자, 롯데정밀화학, 포스코케미칼, 한화솔루션 등 7개 상장사의 지난달 31일 주가를 지난해 1월 2일과 비교하면 평균 상승률이 무려 96%에 달했다. 이 기간 코스피는 41%, 코스피200은 43% 올랐다. 7개 기업 주가가 시장보다 2배 넘는 수익률을 기록한 셈이다. 7개사 중 현대차는 85%, LG전자는 111%의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고 전기차 배터리용 양·음극재 생산에 집중하고 있는 포스코케미칼 주가는 이 기간 무려 214%나 올랐다.

7개 대기업은 이종산업과의 적극적인 융합을 통해 변신을 시도함으로써 투자가치를 높이고 있다. SK그룹 지주회사인 SK(주)는 최근 `전문 가치투자자`로 선언하는 등 투자 전문회사로 거듭나고 있다. 지난달 15일 중국 지리자동차그룹과 뉴모빌리티 펀드 조성에 이어 31일에는 프랑스 유전자·세포치료제 원료의약품 위탁생산업체(CMO)인 이포스케시를 인수하며 바이오 위탁생산(CMO) 사업에 본격 진출했다.

메모리 중심의 삼성전자는 과거 변방에 그친 파운드리(비메모리 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을 이젠 주력 반도체 사업 기반 위에 올려놓으며 변신하고 있다.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지속 성장을 위해 분야를 가리지 않고 M&A 대상을 신중히 탐색하고 있다"며 "현재 대내외적으로 불확실한 상황이기 때문에 M&A와 관련해 특정 시기를 측정할 순 없지만 전략적 M&A를 통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굴하겠다"고 말하며 변화를 예고했다.

단단한 기업가치로 무장한 대기업들은 변화의 속도도 빠르다. 현대차는 자동차뿐 아니라 도심항공·로봇 등 `인류 이동`에 관한 모든 수단을 만드는 회사로 탈바꿈했다. 이 과정에서 대규모 지분 투자나 기업 M&A에도 보따리를 풀고 있다. 지난 3년간 대형 M&A를 포함해 현대차그룹의 타 기업 지분 투자는 30건이 넘는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상무는 "내연기관차가 전기차로 바뀌는 순간 기존 부품의 37%는 사라지고 그만큼 새로운 기술로 채워넣어야 한다"며 "동시다발적인 변화를 M&A나 지분 투자로 다른 기업을 끌어안지 않고선 이뤄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2018년 6월 취임한 뒤 올해 초까지 약 2년 반 동안 LG는 이전 10년보다 훨씬 급속하게 변신하고 있다. LG는 구 회장의 지휘 아래 기존 `수년`이 걸리던 사업 혁신을 `수개월`로 단축하며 전통적 전자·통신·화학 기업에서 인공지능, 친환경 에너지·자율주행차 전자장비 솔루션 기업으로 그룹을 재설계하는 중이다. 대표적 사례가 지난해 9월 LG화학의 배터리 사업(LG에너지솔루션) 분사다. 이어 12월 출범한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초부터 기업공개(IPO)에 착수했다. 이변이 없는 한 올해 안에 LG에너지솔루션은 국내 IPO 역사상 최대 규모인 약 100조원의 가치 평가를 받고 자본시장에 상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은 포스코케미칼은 단순 철강소재 기업에서 전기차 배터리 소재 회사로 빠르게 변신 중이다. 2018년까지만 해도 생석회 등을 생산해 포스코에 공급하는 형태로 포스코에 크게 의존해온 포스코케미칼의 사업 구조는 최근 전기차 시장 성장과 맞물려 크게 달라지고 있다. 전기차용 배터리 핵심 소재를 생산함에 따라 포스코케미칼은 뉴모빌리티 종합소재 기업으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 김동관 사장이 이끄는 한화솔루션은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와 석유화학 사업에 머물지 않고 수소와 친환경 플라스틱 쪽으로도 사업 영역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말 미국 수소탱크 업체인 시마론을 인수해 화제가 됐다. 시마론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사내 벤처기업으로 출발한 업체로 우주선용 고압탱크 관련 특허를 다수 확보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제 국내 대기업들은 고유 레거시(전통 사업)에만 애착을 갖기보다는 다양한 이종산업을 끌어안아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며 "이로써 한 기업의 사업 분야는 해당 재화와 서비스를 소비하는 일반인들도 당장 몇 년 앞을 예상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들 트랜스포머 대기업은 주가뿐 아니라 고용과 실적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올리고 있다. 신사업이 많은 만큼 인력 투입이 늘고 있다. 2019년 말 대비 지난해 말 이들 7개 기업의 고용은 평균 4% 늘었다. 한화솔루션은 고용인력이 2019년 말 2559명에서 지난해 말 5586명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도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9227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SK(주)는 올 1분기 8477억원 흑자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는 76%, 포스코케미칼은 58%, 한화솔루션은 19%씩 올 1분기 영업이익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수출 비중이 높은 롯데정밀화학의 경우 올 1분기엔 환율 영향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영업이익이 줄어들 전망이다.

저작권자 ⓒ 한국소비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