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한미 2+2대화에 맞불 … 6년 만에 한중 2+2회담 꺼냈다

정의용·왕이 한중외교장관
4시간30분 회담서 전격 합의

사드 이후 끊긴 외교·국방대화
차관급 격상해 상반기 열기로
바이든 동맹외교 견제 나선듯

시진핑 주석 방한 놓고 온도차
韓 "조속 추진" 中 브리핑 안해

한국소비경제신문 승인 2021.04.22 21:50 의견 0

한중 양국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 이후 중단됐던 외교·국방당국 간 '2+2' 대화를 6년 만에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회의 참가자도 기존 국장급에서 한 단계 높인 차관급 대화로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지난달 미국이 한국과 5년 만에 2+2 회의를 재가동한 가운데 한중 양국도 2+2 대화에 나서 미묘한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한중 2+2 대화 재개는 미국의 반중 외교전에 노심초사하고 있는 중국 측이 먼저 한국에 제안했고 이를 우리가 받아들였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3일 중국 푸젠성 샤먼시에서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외교안보 고위급 2+2 회담을 조기에 개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외교부에 따르면 개최 시기는 올해 상반기가 될 전망이다. 또 참여하는 수석대표를 차후 차관급으로 격상시키기로 했다.

한중 2+2 대화는 박근혜정부 시절이던 2013년 12월 중국 베이징에서 처음으로 열렸으나 2015년 1월 서울에서 개최된 2차 회의를 마지막으로 6년째 중단된 상태다. 여기에는 2016년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 이후 경색된 양국 관계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동맹국 외교 강화'를 표방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새롭게 취임한 뒤 한·미·일 협력 강화를 도모하자 중국도 태도를 바꾸는 모습이다. 지난달 미국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취임 후 첫 출장지로 일본과 한국을 선택했다. 두 장관은 한일 양국과 연달아 2+2 회담을 연 뒤 지난 2일에는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기타무라 시게루 일본 안전보장국장을 미국으로 불러 3국 안보실장 대화까지 개최했다. 이에 질세라 정의용 장관을 자국 푸젠성 샤먼시로 초청한 중국은 대미 견제의 포석을 깔았다. 또 왕 부장은 회담 모두발언에서 "우리(한중)는 함께 유엔을 핵심으로 하는 국제 형세를 수호할 것"이라며 "국제법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유지하고 다자주의를 함께 수호하며 공동의 이익을 심화·확대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양국은 그 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방한과 관련해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돼 여건이 갖춰지는 대로 조속히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중국 외교부는 회담 내용 발표문에 시 주석 방한 관련 내용은 포함시키지 않았다. 또한 내년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아 양국 관계 발전 로드맵 마련을 위한 '한중관계 미래발전위원회'를 올해 상반기 내 출범시키기로 했다. 두 장관은 3일 오전 11시 30분께 샤먼시 하이웨호텔에서 만나 회담부터 오찬까지 4시간30분가량 함께했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양국 제안에 어느 정도 호응하면서 일관된 기준과 가치관에 기반한 행보로 우리 외교 공간을 넓히려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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