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 '개발자 모셔가기' 전쟁

일본의 당근마켓 '메루카리'
전체 개발자 40%가 외국인

한국소비경제신문 승인 2021.05.20 17:49 의견 0

개발자 구인난은 한국만의 얘기가 아니다. 코로나 사태로 디지털 전환(DT)이 전세계 기업의 최대 과제로 떠오르면서 개발자 수요가 폭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인구 감소로 인력난을 겪고 있는 일본은 극심한 개발자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 일본 정부는 기업들이 DT에 속도를 내면서 2030년까지 최대 79만명의 개발자 부족이 예상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게다가 일본에서 개발자는 '일이 빡세고' '보수가 박하며' '퇴근 시간이 늦다'를 뜻하는 말의 알파벳 첫 글자를 따서 '3K 직업'으로 불린다. 더 나은 대우를 찾아 외국 기업행을 택하는 개발자들을 붙잡기 위해 일본 기업들은 고용제도를 뜯어 고치고 있다.

도요타자동차는 올해부터 연공서열제를 전면 폐지하고 100% 성과 연봉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또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전년 대비 2배 이상 뽑을 계획이다. 일본 최대 중고거래 업체 메루카리는 개발자를 국내외 가리지 않고 채용하고 있다. 작년 기준 전체 개발자 중 40% 가 외국인이다. IT업계 관계자는 "인력 파견업체들이 베트남과 방글라데시 등 동남아에서 이공계 학부를 졸업한 엔지니어를 일본에 데려와 어학 공부 등 현지 적응을 시킨 뒤 일본 기업에 파견하는 형태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동남아도 개발자 쟁탈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테크기업을 표방하는 스타트업이 늘어나고 이들의 몸집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에선 매년 200개 이상의 스타트업이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 동남아 주요 6개국 스타트업이 유치한 투자금은 82억달러(약 9조3000억원)에 달했다. '동남아의 우버'로 미국 증시 상장을 추진 중인 그랩과 그 경쟁사인 고젝, 인도네시아의 커머스 스타트업 부칼라팍 등이 10억달러(약 1조원)규모의 대형 투자를 받았다.

IT업계 관계자는 "동남아 스타트업은 모바일 기반의 슈퍼앱 전략을 구사하기 때문에 개발자 수요가 많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랩은 3~4년 전부터 부지런히 연구개발(R&D) 센터를 짓고 있다. 현재 중국 베이징, 인도 벵갈루루, 싱가포르, 베트남 호치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호주 시애틀 등 무려 총 7곳에서 R&D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덕분에 수백명의 우수 개발자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 기업들은 인도에 주목하고 있다. 인도 IT컨설팅업체 지노브(Zinnov)에 따르면 인도에서 매년 140만명의 젊은 엔지니어가 쏟아지고, 그 가운데 12만5000명(0.08%)이 인공지능(AI), 데이터사이언스, 클라우드 등을 다룰 줄 아는 고급 인력이다. 아마존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상당수가 인도에 R&D 거점을 두고 있다. 일본도 이커머스 1위 업체 라쿠텐 등 50여개 기업이 인도에 R&D센터를 세우고 AI, 비전 기술, 로봇 등을 개발하고 있다. 고젝도 작년 개발 인력을 얻기 위해 인도 스타트업 2곳을 인수하고 벵갈루루에 R&D 거점을 구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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