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41세에 근로소득 정점 60세 적자 … 흑자 인생 32년뿐

통계청 '국민이전계정' 발표

한국소비경제신문 승인 2021.11.29 20:06 의견 0

공기업에 재직 중인 A씨는 곧 정년퇴직 나이인 60세가 된다. 30년 넘게 한 직장에서 일하면서 노후 준비라고는 집 한 채와 국민연금이 전부다. 문제는 국민연금이 나오는 65세까지 5년간 일정한 소득 없이 버텨야 한다는 점이다. A씨는 "그동안 열심히 저축해 모아놓은 목돈이 있지만 아직 결혼 전인 자녀가 있어 손을 댈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국민은 노동 소득이 41세에 정점을 찍고 60세부터는 소득보다 소비가 더 많아지는 '적자 인생'이 시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은 25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19년 국민이전계정 결과'를 발표했다. 국민이전계정은 연령별 노동 소득과 소비, 공적·사적 이전 등의 흐름을 파악해 세대 간 재정 부담의 재분배 상황을 보여주는 자료로 생애주기별 재정 상태를 볼 수 있다.

1인당 생애주기를 보면 우리나라 국민은 0세부터 27세까지는 노동 소득보다 소비가 많은 적자 상태에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적자 규모가 가장 큰 연령대는 17세로 노동 소득이 거의 없는 반면 교육비 등의 영향으로 적자가 3437만원에 달했다. 28세부터는 사회 진출 확대로 노동 소득이 소비를 추월하면서 흑자로 들어선다. 노동 소득은 41세에 3638만원으로 정점을 찍으며 44세에는 노동 소득에서 소비를 뺀 흑자 규모가 1594만원으로 최대를 기록한다.

이 같은 흑자 인생은 59세까지 지속되다가 60세부터는 은퇴로 인한 노동 소득 감소 등으로 소비가 더 많아지는 적자 인생으로 전환된다. 적자 규모는 의료비 등의 영향으로 나이가 들수록 커지는 경향을 보였다. 적자 규모는 60세에 117만원에서 출발해 70세에는 1390만원, 80세에는 1827만원까지 확대됐다.

2010년에는 적자 인생이 56세부터 찾아오는 것으로 분석됐지만 은퇴 연령이 점차 늦춰지면서 적자 전환 연령도 높아지는 추세다. 적자 진입 연령이 60대로 올라간 것은 올해 조사 결과가 처음이다.

2019년 생애주기 적자 총량값은 전년 대비 2.3% 증가한 132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노동 소득이 969조8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9% 증가했지만 소비 역시 1102조7000억원으로 더 크게 증가하면서 적자 총액도 늘었다.

노동 연령층과 유년·노년층 사이의 재배분 상황을 보면 노동연령층(15~64세)에서는 131조7000억원이 순유출된 반면 유년층(14세 이하)과 노년층(65세 이상)에서는 각각 147조5000억원, 117조1000억원이 순유입됐다. 노동 소득이 있는 노동 연령층이 그만큼 세금 부담을 많이 지고, 유년층과 노년층은 교육 서비스와 연금을 받은 영향이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라 노동 연령층의 순유출 규모는 2010년 60조3000억원에서 2019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그만큼 노동 연령층이 감당하는 사회적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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