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3만 청년 떠나니 … 지방 광역시 불 꺼져간다

2022신년기획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전통산업 붕괴 일자리 유출
창업 혁신기업마저 서울로 탈출

한국소비경제신문 승인 2022.01.11 20:08 의견 0

2018년 울산과학기술원(UNIST) 학생들이 창업한 온라인 취미 강의 플랫폼 '클래스101'. 창업 3년 만에 세계적 투자사 소프트뱅크가 투자하는 기업, 누적 회원 수 360만명, 미국과 일본 시장 진출 등 화려한 이력을 쓰면서 단숨에 대표 에듀테크 기업으로 급성장했다. 울산에서 출발한 이 회사의 본사는 지금 서울에 있다.

회사 측은 "창업 초기에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창작자를 만나 협업할 수 있을까 고민했고, 사업 확장과 해외 시장 진출에 유리한 점을 고려해 본사를 서울로 정했다"고 말했다. 클래스101의 고민은 창업 후 수도권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지방 스타트업의 현실을 잘 보여준다. 젊은 창업자들이 자본과 시장을 이유로 지방을 떠나 수도권으로 몰려가고 있는 것이다.

수도권 쏠림 현상 속에 지방 소멸의 위기가 농어촌을 넘어 부산 대구 광주 울산 등 지방 대도시로 확산하고 있다. 지방에서는 청년(Youth), 기업(Office), 대학(University)이 점차 존재감을 잃고 사라지고 있다. 'YOU'가 없는 지방 대도시에 소멸 경고등이 켜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역경제 버팀목 역할을 해왔던 기업들의 몰락이 일자리 감소와 청년 유출 등으로 이어지는 연쇄 위기에 직면해 있다.

2020년 기준 전국 1000대 기업 중 74.3%인 743곳이 서울·경기·인천에 위치하고 있으며, 이들의 매출액 비중은 86.9%를 차지한다. 매출 기준 100대 기업은 서울·인천·경기에만 91곳이 있고 이 중 78곳이 서울에 집중돼 있다. 제2의 도시인 부산이나 인구가 238만명인 대구에는 전국 100대 기업이 단 한 곳도 없다. 부산을 떠난 기업은 2020년 927개로 1000개에 육박했다.

이는 일자리 감소와 청년 유출이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통계청의 인구 이동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지방 광역시에서는 20대 청년 10만명이 빠져나갔다. 젊은이들이 떠나면서 부산 남포동, 대구 동성로 등 지방 상권의 쇠락도 가속화하고 있다.

이동규 동아대 기업재난관리학과 교수는 "대학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같은 4차 산업혁명 인력을 배출하지만 지방에는 이 같은 인력을 받아줄 수 있는 기업이 없다"고 말했다.

최근 10년간 청년인구 13만명이 떠난 부산은 7대 도시 중 유일하게 작년 9월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이 20.1%를 기록하며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이상호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은 "농어촌은 인구 유출이 완료 단계에 접어들었고 이제 지방 도시에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청년들이 떠나 소멸 문제가 본격화하고 있다"며 "수도권이라는 특정 지역에 사람과 일자리가 몰리는 극단적 양극화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한국소비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