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묶어둘 돈 어딨나" 보험 안드는 3040

최근 10년 보험 트렌드 분석

주식·코인 등 공격투자 선호
비혼·저출산 늘어난 것도 원인

60세이상 고령층은 신규 가입
질병·연금보험 두자릿수 상승

한국소비경제신문 승인 2022.01.11 20:09 의견 0

"요즘 누가 변액보험, 저축보험 드나요. '나 죽고 나면 무슨 소용이냐'면서 종신보험도 안 듭니다."

30대 직장인 신 모씨는 작년 기존 보험을 대부분 해지했다. 신씨는 "전세금에 보태느라 목돈이 필요하기도 했고, 향후 가계 사정을 생각하면 매달 30만원 가까이 내는 보험료를 주식이나 가상화폐에 투자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워낙 현재가 팍팍하니 10년 후, 20년 후를 대비하는 것이 부질없게 느껴진다"고 했다.

20대 박 모씨는 보험에 들 생각이 전혀 없는 '무보험주의자'다. 지금 갖고 있는 보험도 대학생 때 부모님이 들어주신 실손의료보험 하나뿐이다. 박씨는 "그럴 돈 있으면 코인이나 주식을 사서 불리는 게 낫다. 수십억 원 자산가가 되면 모를까 앞으로도 보험을 들 생각은 없다. 나뿐 아니라 친구들도 대부분 비슷하다"고 말했다.

보험 주력 소비층이던 3040의 최근 10년 보험 가입률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고령화와 100세 시대 영향으로 60세 이상 고령층의 보험 가입은 크게 늘었다. 이들의 신규 가입이 줄면서 보험산업이 전체적으로 역성장을 기록했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1980~2000년대 출생)가 보험에 관심이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추세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보험연구원이 최근 10년(2010~2019년) 보험 가입률을 조사한 결과, 개인형 생명보험 상품의 연평균 신계약 건수 증가율은 30대가 -7.2%로 가장 낮았다. 40대도 -3.3%를 기록했고, 보험상품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30세 미만은 -5.5%였다. 반면 60세 이상은 19.8% 늘었고, 50대도 5.6% 증가했다. 자식을 키우는 50대까지는 보험을 잊고 살다가 60대가 돼서야 '유병장수 리스크'를 깨닫고 보험에 가입하는 이들이 늘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

근본적인 원인은 30·40대보다 60세 이상 인구가 많아서다. 2020년 기준 30대 인구는 717만명으로 10년 전보다 연평균 -1.4% 줄었다. 반면 60세 이상 인구는 2020년 기준 1197만명으로 2010년 대비 연평균 4.7% 늘었다. 여기에 사망률 감소와 비혼, 저출생 등으로 40대가 사망보장 보험에 가입할 이유가 많이 줄었다.

이에 따라 보험사들은 가입연령을 높이고 고령층을 위한 신상품을 늘렸다. 2000년대 후반에 판매된 실버보험상품의 가입 가능 연령은 최대 80세로 한정돼 있었지만 현재 판매 중인 생명보험·질병보험 중 80세 이상이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은 전체의 19.1%에 달한다. 보장성 상품 중에서는 최근 110세 만기 상품도 등장했다.

건강보장 수요는 늘었지만 사망이나 노후 소득보장 상품에 대한 수요는 줄어드는 추세다. 건강보장 상품이란 상해보험과 질병보험을, 소득보장 상품은 연금보험, 변액보험, 저축성보험, 종신보험, 정기보험 등을 말한다. 특히 저금리 장기화와 세제 혜택 축소로 저축성보험 수요가 급감했다.

김동겸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험사들은 소비자가 원하는 신상품을 개발하고 변액보험과 저축성보험 등의 수익률을 높일 방안을 고민해야 하고, 정부는 국민 노후를 재정으로 책임질 수 없는 만큼 다양한 세제 혜택을 줘서 노후 대비 금융상품 가입을 장려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소비자들에게 보험 상품만의 장점에 집중하라고 조언한다. 재테크 시장에 대체재가 없는 '건강보장 보험'은 가입하는 것이 좋고, 소득보장 상품 역시 '종신'이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하라는 것이다. 실손보험이나 암보험 등은 하나씩 들어두고, 자산 배분 관점에서 최근 출시된 하이브리드 종신보장 상품 가입을 고려해볼 만하다. 종신보험으로 운용하다가 원할 때 연금형 등으로 전환할 수 있어 활용도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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