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찌민 코딩학원마다 '직딩' 북적 … "IT회사로 옮기면 연봉 2배"

베트남 직장인 '코딩 열풍'

강좌당 200만원 넘어도 인기
수강생 82%가 IT회사 재취업

대학입시서도 IT전공 초강세
컴퓨터공학, 이과 경쟁률 '톱'

글로벌기업들 IT인재 쟁탈전
우아한형제들도 현지서 채용
진출 1년만에 배달시장 2위로

한국소비경제신문 승인 2021.06.06 21:08 의견 0

베트남 젊은이들 사이에서 '코딩(컴퓨터 프로그래밍) 배우기 열풍'이 불고 있다. 강좌당 수강료가 200만원을 훌쩍 넘지만 정보기술(IT) 분야로 전직하려는 새내기 직장인들이 줄을 잇고 있다. 호찌민에 위치한 코딩 교육 업체 코더스쿨(Corderschool)은 설립 5년 만에 졸업생 1500여 명을 배출하면서 이직 시장에 입소문이 나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온라인 수업을 개설해 기존보다 10배 많은 수강생을 끌었다. 코더스쿨은 오프라인 5500만동(약 266만원), 온라인 3500만동(약 169만원)의 수강료를 받는다. 졸업생이 IT 업체에 취직하면 월급으로 1200만~1500만동을 받지만 1년 정도 지나면 2500만~3500만동으로 급여가 두 배 가까이 오른다. 비싼 수강료를 내고서라도 코딩 교육을 받아 IT 업종으로 전직하는 이유다.

심지어 일부 IT 기업은 교육 수료자를 채용하면서 코더스쿨에 한 달치 월급을 얹어주기도 한다. 그만큼 IT 인력 구하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찰스 리 코더스쿨 창업자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개발자로 일하면서 베트남 IT 시장 발전 속도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교육기관 수요를 파악하고 창업을 결심했다"며 "수강생 대부분이 타 업종에 종사 중인 직장인인데 교육 수료자 중 82%가 IT 업체에 취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처음 발표된 대학 입시 전공별 경쟁률에서도 IT 관련 전공 선호가 드러났다. 컴퓨터공학 등 IT 전공은 4만9555명 정원에 34만6525명이 몰려 6.99대1(복수 지원 포함)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는 전체 15개 전공 분류 중 5위에 해당하지만, 이과 계열에서는 가장 높은 경쟁률이다.

글로벌 기업도 베트남 IT 인재 모시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호찌민 1군에 위치한 우아한형제들 베트남법인은 서울 본사를 그대로 본떠 만든 느낌이다. 커피숍처럼 꾸며진 로비에는 안경 쓴 라이더와 고양이 캐릭터가 서 있어 이곳이 베트남 배달의민족의 요람임을 알려준다. 인기완 우아한형제들 베트남법인장은 "현지에서 자체적으로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해 운영하기 때문에 훌륭한 IT 인재를 뽑아 관리하는 게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라며 "현지 시니어 엔지니어 급여가 이미 한국의 70% 수준에 육박했지만 여기선 돈과 의지가 있으면 좋은 인재를 구할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우아한형제들은 2019년 'BAEMIN'이라는 브랜드로 베트남 배달시장에 진출해 1년 만에 업계 2위를 차지했다. 올해 5월 기준 우아한형제들 베트남법인 직원은 총 300명, 그중 앱개발팀이 43명이다. 라이더 중개 시스템 등 몇몇 기능을 아웃소싱하고 있지만 자체 IT 인력 수요는 계속 커지고 있다. 우아한형제는 베트남에서 IT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싱가포르 그랩 같은 슈퍼 앱과 경쟁을 벌이고 있다.

배민은 베트남 최초로 개발자만을 위한 소통 창구인 DR(Developer Relations) 파트를 신설했다. 내부에서 개발한 오픈소스를 현지 개발자 커뮤니티에 올려 공유하고 하루에 처리한 주문 데이터를 공개하는 등 새로운 시도에 나선 것이다.

조연 우아한형제들 베트남법인 이사(CTO)는 "지금까지 200명 넘는 개발자들의 면접을 보면서 그들이 투명하고 지식 공유가 잘되는 조직에서 일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치열한 IT 인재 확보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DR 기능을 전격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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