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면수업, 백신 안맞아 불안" "실력 뒤처지는게 더 불안"

MZ세대, 서울대 발표 뒤 논쟁 가열

연세·서강대도 2학기 대면강의 추진
“한 강의실 수십명 수업은 시기상조”
“대학생활 못 누려, 학습격차 메꿔야”

한국소비경제신문 승인 2021.06.09 15:46 의견 0

20학번 정모(19·여)씨는 지난해 경기도에 있는 한 대학에 입학한 이후 학교에 가지 않은 날이 더 많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따라 비대면 위주로 수업이 이뤄져서다. 정씨는 “1년 반 넘게 화상회의 플랫폼 ‘줌(Zoom)’ 등을 이용해 수업을 들어왔던 터라 비대면 수업에 익숙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가 잠잠해질 때까지는 온라인 수업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9학번 김모(21·여)씨 생각은 달랐다. 전북 군산에서 태어난 김씨는 서울에 있는 한 대학에 진학한 후 기숙사에서 지내왔다. 지난해 코로나19가 터지면서 고향에 내려와 3학기 동안 인터넷으로만 수업을 들어왔다. 김씨는 “비대면 수업 시스템이 정착하면서 수업 질은 나쁘지 않지만, 지방에 있으면 동아리·스터디 등 대외 활동에서 손해 본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어 “대학생이 누릴 것들을 포기하며 살았다. 대면 수업을 통해 벌어진 격차를 메꾸고 싶다”고 말했다.

1학기 종강을 앞두고 최근 MZ 세대(90년대생 밀레니얼 세대와 2000년대생 Z세대)가 모인 대학가에서는 2학기 전면 대면 수업에 대한 갑론을박이 뜨겁다. 지난 7일 서울대가 2학기부터 사실상 대면 수업 방침을 세우면서 논쟁에 불을 붙였다.

8일 서울 A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2학기 대면 수업 재개에 대한 의견을 묻는 글이 여러 건 올라왔다. 한 글쓴이는 “급하게 대면 수업을 할 중대한 이유가 있는지 묻고 싶다”고 적었다.

여기에는 “대학생들은 코로나19 백신 맞을 시기도 아닌데 굳이 2학기부터 수업을 재개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어른들이 다 맞았다고 백신도 못 맞은 20대가 다니는 대학이 왜 대면 수업을 해야 하냐” 등의 걱정이 적지 않았다. 20대가 백신 접종에서 뒷순위로 밀린 것에 대한 불만도 묻어났다.

실습·프로젝트 횟수가 줄어 대학 교육이 부실해졌다는 목소리도 잇따랐다. “비대면 수업으로 학생 개별 경쟁력이 떨어지는 건 부정할 수 없다”면서다. 한 공대생은 “공대는 교수와 직접 대면하며 배우는 게 엄청 크다. 비대면 수업은 인터넷 강의 그 이상이 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일부 대학생들은 “서울대가 2학기부터 대면 수업으로 전환한다면 그 결정을 따라가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서울의 한 대학생은 “서울대가 학생 경쟁력을 생각해 대면 수업을 결정했다고 본다”며 “비대면 수업으로 학습 손실이 크다고 생각한다. 뒤처지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계속되는 비대면 수업으로 손해를 본다는 시각이다. 반면, 지난해 코로나19에 걸린 적 있다는 대학생 이모씨는 “한 강의실에 50명에서 100명씩 모이는 대학 수업은 아무래도 위험하다. 전면 대면 수업은 아직은 시기상조다. 집단면역이 확실히 생기고 난 다음에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연세대·서강대·한양대 등 각 대학은 일정 조건이 채워진다면 2학기 대면 강의를 허용한다는 계획이지만, 아직 유동적인 분위기다. 서울의 한 대학 관계자는 “학생들이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것도 아니고, 대면 수업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크지 않다”며 “교내 감염에 대한 위험이 더 크다고 생각해 전면 대면 강의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앞서 교육부는 코로나19 백신을 대학 교직원에게 우선 접종해달라고 방역 당국에 요청했다. 대학의 2학기 대면 강의 확대를 위해서다. 교육부 관계자는 “초·중·고 등교 정상화를 고려하는 것처럼 대학에도 같은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며 “백신 접종률 등 여러 조건을 고려해 전면 등교 여부가 결정되겠지만,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교육 방향이 옮겨와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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