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금융공룡' 카카오, 보험사까지 차렸네

카뱅·페이 가치 합치면 56조
3대 금융지주 시총 합과 맞먹어

휴대폰·택시안심·키즈 보험 등
기존 카카오서비스와 연계
카카오 플랫폼으로 판매할 듯
네이버는 '보험 중개' 방식 택해

한국소비경제신문 승인 2021.06.18 22:00 의견 0

카카오가 은행·증권에 이어 보험업에도 진출했다. 금융위원회는 9일 카카오가 자회사로 설립하려고 하는 카카오손해보험에 대해 디지털 손해보험사 자격을 예비 인가했다고 밝혔다. 카카오손보는 연내 본인가를 받을 경우 이르면 내년 상반기 중 손해보험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고객들은 카카오톡으로 보험에 가입해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카카오손보의 자본금은 1000억원이며, 지분율은 카카오 40%, 카카오의 결제 부문 자회사인 카카오페이 60%다.

빅테크(인터넷 플랫폼 기반의 대형 IT 기업)가 보험 사업자로 직접 뛰어드는 것은 카카오가 처음이다. 카카오의 경쟁사인 네이버와 토스는 다른 보험사들이 만든 보험 상품을 판매하고 수수료를 받는 보험 중개업자로 영업 중이다. 이에 따라 네이버와 다른 길을 걷는 카카오의 향후 행보에 금융권 관심이 쏠린다. 3600만 가입자를 거느린 카카오페이가 손보업에 진출하는 것에 대한 기존 보험사들의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 카카오, 디지털 금융 공룡 되나

카카오손보가 설립되면 카카오는 은행(카카오뱅크)과 간편결제(카카오페이), 증권에 이어 보험까지 갖춘 ‘디지털 금융지주회사' 체제를 갖추게 된다. 몸값은 이미 기존 금융그룹을 추월한 ‘공룡'급이 됐다. 현재 시장에서 추정하는 기업 가치는 카카오뱅크가 약 40조원, 카카오페이가 16조원 등 합쳐서 56조원에 이른다. KB금융(23조8000억원)과 신한금융(약 22조원), 하나금융(13조8000억원) 등 3대 금융지주의 시가총액(59조6000억원)과 맞먹는다.

상품 구조가 복잡하고 대면 영업 비중이 큰 보험 특성상 카카오손보는 단순한 상품부터 취급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에 낸 사업 계획에 따르면 휴대전화 파손 보험, 어린이 보험, 바이크·대리기사 보험, 지인과 함께 드는 동호회 보험 등을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생활 밀착형 보험에서 시작해 자동차 보험, 장기 보험까지 사업 영역을 넓힌다는 구상이다.

카카오손보의 경쟁력은 4500만 가입자를 둔 카카오톡에서 나온다. 소비자가 카카오톡을 통해 간편하게 보험에 가입하게 하고, 보험금 심사도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신속히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보험 업계 관계자는 “보험은 전통적으로 설계사 권유로 가입하는 푸시(push) 사업이었다”며 “하지만 카카오손보 등 디지털 손보사가 커지면 고객들이 자발적으로 골라서 가입하는 풀링(pulling) 사업으로 전환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 보험 대리점 네이버와 다른 전략

또 다른 빅테크인 네이버는 보험 대리점 형태로 운영하며 수수료를 받는 방식을 택했다. 보험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직접 사업자로 뛰어들어 도전장을 내밀었다면 네이버는 단순 보험 중개업자로 위험을 피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는 해석이 나온다.

네이버의 금융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은 작년 7월 보험사가 아닌 법인보험대리점(GA) ‘NF보험서비스’를 설립했다. 보험 상품을 직접 개발할 수 없고, 다른 보험사들의 자동차 보험료를 비교해 보여준 뒤 소비자가 보험사 사이트로 연결되면 수수료를 받는 모델이었다.

네이버는 이를 광고 형식이라고 주장했지만, 금융 당국은 모집 자격을 갖춘 보험사 등만이 할 수 있는 보험 판매로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여기에 손보사들과 수수료율을 두고 갈등을 빚으며 자동차 보험 서비스는 무산됐다. 현재 네이버는 사업을 일시 중단한 채 추이를 지켜보는 중이다.

토스도 법인판매대리점 ‘토스인슈어런스’에서 정규직 설계사를 고용하는 방식으로 보험 시장에 진출한 상태다.

기존 금융사들은 이 같은 빅테크사들의 보험업 진출에 위기감을 느끼며 디지털 전환을 시도 중이다. 하나금융은 작년 6월 온라인 자동차보험사 더케이손보를 인수해 하나손보를 출범시키고 디지털 손보사로의 전환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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