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반도체대란 후폭풍 … IT기기 줄인상

반도체 수요 느는데 공급 부족
제조사, 노트북·프린터값 올려
생산비 증가분 소비자에 전가
5월 전자기기값 2.5% 상승

스마트폰값도 인상 압박 커져

한국소비경제신문 승인 2021.06.24 17:19 의견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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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반도체 부족 사태가 결국 소비자를 덮쳤다. 반도체 가격이 오르면서 노트북, 프린터 등 전자기기 소비자가격이 줄줄이 뛰고 있다. 스마트폰 등 주요 제품도 가격 인상 압박을 받는 가운데 '반도체 대란'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글로벌 반도체 부족 사태가 노트북, 프린터 등 반도체가 사용되는 제품 가격을 밀어올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가격 정보 사이트 키파에 따르면 아마존은 이달부터 대만 ASUS의 게이머용 노트북 가격을 900달러에서 950달러로 인상했다. HP의 크롬북 가격은 220달러에서 250달러로 30달러 올렸다. 번스타인리서치에 따르면 HP는 올해 개인용 컴퓨터와 프린터 가격을 각각 8%, 20% 인상했다. 컴퓨터 및 주변 기기 가격이 급등한 이유는 반도체 가격이 뛰었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는 세계적인 차량용 반도체 부족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최근 일제히 생산량을 늘렸고, 그 여파로 실리콘 웨이퍼와 각종 금속 소재 등 반도체 재료 가격이 급등했다. 이에 반도체 업체와 컴퓨터 제조사는 줄줄이 생산 비용 증가분을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떠넘기고 있다.

동시에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서비스가 확산하면서 컴퓨터,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 수요가 폭발한 것도 반도체 가격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세계반도체무역통계국에 따르면 지난 4월 전 세계 반도체 판매량은 약 1000억개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1월에 판매된 반도체 수는 약 730억개였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반도체 수요가 급증한 것이다.

컴퓨터 제조사들은 추가 소비자가격 인상도 예고한 상태다. 지난달 27일 엔리케 로레스 HP 최고경영자(CEO)는 가격 인상에 대해 "부품 부족으로 소비자 가격을 올렸다"며 "제조 비용 증가를 반영하기 위해 향후 가격을 더 조정할 수 있다"고 전했다.

토머스 스위트 델테크놀로지스 최고재무책임자(CFO)도 "부품 비용 상승에 따라 제품 가격을 적절하게 조정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 5월 ASUS는 "이미 상승한 부품 가격에 따라 제품 가격을 측정하고 있다"고 했다.

반도체 업체들은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반도체 제조 업체 아날로그디바이시스의 빈센트 로체 CEO는 "반도체 부족 현상을 틈타 가격을 올려 이익을 보려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미국 최대 전자부품 유통 업체 중 하나인 디지키일렉트로닉스는 올해 반도체 관련 부품 가격을 15% 올렸다. WSJ는 스마트폰 등 기타 전자기기도 가격 상승 압박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통신용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의 혹 탄 CEO는 최근 "생산 비용 상승 인플레이션을 목격하고 있다"며 "고객사들이 상황을 이해하고 가격 인상을 감수해왔다"고 밝혔다. 브로드컴은 애플과 삼성에 스마트폰용 반도체를 납품한다.

문제는 반도체 가격으로 전반적인 소비자 물가 상승 압박이 거세질 수 있다는 점이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달 전자기기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2.5% 올랐다. 10년 만의 최고치다. 특히 스마트 기기와 자동차에 쓰이는 마이크로컨트롤러(MCU) 반도체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서플라이프레임 통계에 따르면 주요 MCU 20개의 평균 가격이 1년 사이 12% 올랐다.

데일 포드 전자부품업협회(ECIA) 수석애널리스트는 "최근 원자재 가격이 더 올랐고, 사람들은 이것이 일시적인 상황이 아니라고 본다"며 "소비자가격 인상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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