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케미칼, 덩치 두배 美크레이튼 깜짝 인수

1조8800억원 `통큰` 베팅
DL그룹 사상 최대 M&A

바이오케미컬 역량 확보
프리미엄제품 개발 집중
"내년 상반기 인수 마무리"

한국소비경제신문 승인 2021.09.29 19:31 의견 0

DL케미칼이 세계적인 석유화학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DL그룹(옛 대림그룹) 역대 최대 규모의 기업 인수에 나섰다.

DL케미칼은 지난 27일 이사회를 열고 미국 석유화학 기업 크레이튼 지분 100%를 주당 46.5달러, 총액 16억달러(약 1조8800억원)에 인수하기로 의결했다고 28일 밝혔다. '폴리머'와 '케미컬' 2개 사업부를 보유한 크레이튼은 미국, 유럽 등 전 세계 주요 시장에서 13개 생산 공장과 5개 연구개발(R&D)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총매출은 약 1조8400억원, 영업이익은 약 3100억원(조정 상각전)을 기록했다. 폴리머 사업 주력 제품인 '스타이렌블록코폴리머(SBC)'는 미국·유럽 시장 점유율 1위다. SBC는 위생용 접착제와 의료용품 소재를 비롯해 자동차 내장재, 5세대(5G) 이동통신 케이블 등에 활용되는 고부가가치 소재다.


크레이튼은 소나무 펄프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을 정제해 화학제품을 만드는 바이오 케미컬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크레이튼의 바이오 케미컬 생산 능력은 연간 70만t으로, 바이오 디젤로 고기능성 타이어 재료, 친환경 접착제 등의 소재를 생산한다. DL케미칼은 크레이튼 인수로 기존 범용 제품 생산 위주였던 사업 포트폴리오를 스페셜티(고부가가치 제품)로 재편하며 중견 화학 기업에서 대형 화학사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현재 DL케미칼의 주력 제품은 석유화학 산업의 핵심 원료로 불리는 '폴리에틸렌(PE)'과 '폴리부텐(PB)'이다. 화장품을 비롯해 접착제, 타이어, 필름 등 범용 플라스틱 제품의 원료로 사용된다. PB 연간 생산량은 20만t으로 세계 시장 점유율 1위(23.3%)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범용 제품이 주력인 만큼 영업이익률이 높지 않고 기술장벽이 낮아 시황에 따라 실적 진폭이 크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돼왔다. 지난해 코로나19가 확산되는 상황에서도 국내 주요 화학사들이 스페셜티 제품을 앞세워 괄목할 만한 실적 개선세를 보인 것과 달리 DL케미칼의 영업이익이 줄어든 것은 이 때문이었다.

DL그룹은 지난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을 추진하며 석유화학 산업을 독립시킨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스페셜티 사업에 진출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올해 초에 출범한 DL케미칼은 향후 5년간 석유화학 사업에 2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DL케미칼은 이번 인수를 통해 단숨에 SBC를 비롯해 바이오 케미컬 생산 능력을 확보하며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외형 확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했다. DL케미칼의 지난해 매출이 8134억원, 영업이익이 640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자기보다 덩치가 두 배가량 큰 기업을 인수해 빠른 체제 전환에 나선 것이다.

DL케미칼은 크레이튼이 보유한 800개 이상 특허도 주목하고 있다. 크레이튼은 1965년 세계 최초로 SBC 상업 개발에 성공한 데 이어 1972년 SBC에 수소를 첨가해 내열성·내화학성이 우수한 수소 첨가 SBC(HSBC)를 최초로 개발했을 정도로 탄탄한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DL케미칼은 이번 인수로 확보한 특허를 활용해 핵심 소재 국산화에도 나선다는 계획이다. DL케미칼은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현금과 차입매수 방식을 활용한 인수금융으로 필요 자금을 조달할 예정이다. 내년 상반기 안으로 모든 인수 절차가 마무리될 전망이다. 김상우 DL케미칼 부회장은 "크레이튼이 현재 개발 중인 혁신 제품들을 조기에 상업화하고 수익성을 한 단계 향상시킬 것"이라며 "이번 인수로 미국, 독일 등 소수 기술 선진국이 글로벌 공급망을 독점해온 핵심 기술을 국산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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