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전세가, 구축 빌라도 '깡통주택' 주의보

경기 연립·다세대 전세값 평균 1년 새 19.57% ↑ 급등
신축 빌라 주의? 구축도 실거래가 파악 어려워

한국소비경제신문 승인 2021.10.13 11:28 의견 0
▲ (사진=이미지투데이)

#수도권에 거주하는 김모(28)씨는 최근 빌라 전세계약을 앞두고 당혹스러운 일을 겪었다. 오래된 구축 빌라인데다 융자도 없다는 사실까지 확인했는데, 계약 당일 실거래가를 조회해보고 불과 몇 개월 전 전세금보다 약 4000만원 낮은 가격에 거래됐다는 걸 알게 됐다. 그러나 공인중개사는 매매가격을 공지할 의무는 없다면서 잘못이 없다고 주장했다. 김모씨는 “신축 빌라는 깡통전세가 많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구축이라 안심했다”고 말했다.

아파트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빌라, 오피스텔로 전세 수요가 옮겨가면서 ‘깡통주택’이 급증하고 있다. 시세를 알기 어려운 신축 빌라에서 주로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매매거래가 적고 세대수도 많지 않은 구축 빌라 역시 위험에 노출되기는 마찬가지다.

8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월 기준 경기지역 평균 연립다세대 전세가격은 1억3254만3000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월(1억1084만9000원)과 비교하면 불과 1년만에 평균 전세가격이 2169만4000원(19.57%) 가량 올랐다.

경기지역 평균 연립다세대 전세가격은 지이 2019년 8월 1억479만6000원에서 지난해 8월 1억1084만9000원으로 1년간 약 600만원 오르는 데 그쳤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상승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지난해부터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면서 전세수요가 대체제인 빌라‧오피스텔로 몰리면서 급등한 것으로 보인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과천·안양·성남·군포·의왕 등 경부1권에서는 지난 8월 기준 1억8509만2000원에서 2억9212만원으로 1억원 가까이 뛰었다. 반면 이천, 여주 등 동부2권은 같은 기간 8815만원에서 6358만3000원으로 오히려 2000만원 감소했다.

문제는 전세보증금이 매매가격보다 높거나 비슷해지는 경우다. 건축된 지 20년 가까이 된 성남시 ‘ㅅ’ 빌라는 지난해 6월 전세보증금 2억원에 계약됐지만 지하층은 올해 1억9000만원에 매매됐다. 연식이 비슷한 수원시 장안구 ‘ㅅ’ 빌라는 올해 9월 2억2800만원에 거래됐는데 같은 달 2억원에 전세계약을 마쳤다.

깡통 주택의 위험성은 시세를 파악하기 어려운 신축 빌라의 경우가 월등히 높지만, 실거래가를 확인하기 어려운 구축 빌라 역시 ‘깡통 주택’ 위험에서 자유롭지 않다. 특히 외곽 지역에 위치하고 연식이 오래된 빌라들은 가장 최근 거래가 수년전인 경우도 적지 않다.

집주인이 계약 만기 후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게 되거나 주택이 경매로 넘어가면 세입자는 전세금을 떼일 가능성도 있다. 임대보증금과 대출을 동시에 이용한 ‘갭투자’의 경우는 특히 보증금을 회수하거나 돌려받을 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저렴한 전세를 찾는 사회초년생들의 경우 부동산거래에 익숙하지 않다. 등기부등본과 건축물대장을 확인한다고 해도 시세 등은 공인중개사들의 설명에 의존해야만 한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보증금을 회수하거나 돌려받을 때 재산권에 위험이 있을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시세와 비교해서 문제가 있다면 미리 고지를 해야만 한다”고 설명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셋값이 지나치게 오르다보니 ‘깡통 전세’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 전셋값이 집값보다 높다면 아예 세입자로 들어가지 말아야 하고, 주변 시세보다 지나치게 저렴한 경우에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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