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젤, 품목허가 취소 … 보톡스 시장 '대혼란'

식약처, 휴젤에 초강력 규제 조치
파마리서치, 6개월 생산 중단도

도매업체 통한 우회 수출에
식약처 "출하 승인 안 받았다"
휴젤 "전량 수출 … 승인 불필요"

업계선 "유통 관행, 식약처 돌변"

한국소비경제신문 승인 2021.11.18 22:29 의견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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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보툴리눔 톡신(보톡스) 시장에 악재가 또 터졌다.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이 벌인 ‘균주(菌株) 전쟁’이 조용해지기도 전에 이번에는 국내 점유율 1위 업체 휴젤이 약사법을 어겨 품목허가 취소 ‘철퇴’를 맞았다. 국내 보톡스업계 관행을 사실상 못 본 척 해오다 뒤늦게 칼을 빼든 규제당국도 문제지만 업계가 점유율 경쟁과 감정싸움에 매몰돼 진흙탕 싸움을 거듭하고 있다는 비판도 많다.

◈ 휴젤·파마리서치 ‘허가 취소’ 철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0일 “휴젤과 파마리서치바이오가 보톡스 제품을 국내에 판매할 때 받아야 하는 출하 승인을 받지 않았다”며 행정처분 절차에 들어갔다. 식약처가 말하는 행정 절차는 품목 허가 취소가 핵심이다. 휴젤 주력 품목 4개, 파마리서치바이오 품목 2개가 대상이다. 파마리서치바이오에 대해선 “국내에서 승인받지 않은 제품을 국내에 판매했다”며 생산시설 가동 6개월 중단 처분도 내리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초강수 조치”라는 평가가 나왔다.

식약처의 이번 조치는 국내 보톡스업계의 오랜 관행과 얽혀 있다. 휴젤을 비롯한 국내 보톡스 업체들은 제품 승인이 나지 않은 국가에 제품을 수출할 때 국내 도매 업체를 활용해왔다. 도매 업체를 통해 보따리상 등을 거쳐 암암리에 수출해왔다. ‘보톡스 업체-도매업체-미승인 국가 수출’ 구조가 공공연히 형성된 것이다. 중국이 대표적인 시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품목 허가를 받지 않은 나라에 수출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했다.

◈ ‘국내 판매’ 두고 엇갈린 해석

문제는 이 지점에서 발생했다. 도매상에 넘겨진 물량이 내수 판매냐, 수출이냐 논란이 빚어진 것. 휴젤은 도매 업체에 제품을 넘기는 것은 수출 목적이기 때문에 식약처장의 승인이 필요 없다고 주장한다. 약사법은 국내 판매 목적 제품에 대해서만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휴젤 관계자는 “도매 업체에 넘긴 물량은 전량 수출됐다”며 “국내 판매 목적이 아니다”고 했다.

식약처 해석은 다르다. 식약처 관계자는 “수출 목적에 대해서는 승인이 필요 없지만 도매 업체에 넘기는 물량은 ‘국내 판매’로 봐야 한다”고 했다. 출하 승인이 필요하다고 보는 이유다. 이 관계자는 “휴젤 주장을 받아들여 도매 업체에 넘긴 물량을 ‘국내 판매’로 보지 않더라도 일부 물량이 도매 업체가 아니라 국내에 판매된 내역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식약처는 이런 이유로 “휴젤이 의약품 취급 자격이 없는 곳에 제품을 판매했다”고 강조했다. 휴젤은 “식약처가 무리한 해석을 내렸다”며 “법적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

◈ 식약처·업계 향한 곱지 않은 시선

이번 조치를 두고 업계와 당국 모두를 바라보는 시각은 곱지 않다. 식약처가 업계 관행을 알면서도 모른 척하다가 갑자기 ‘국내 판매’로 해석을 바꿨다고 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도매 업체를 통해 미승인 국가에 수출한다는 사실을 정부가 몰랐을 리 없다”고 말했다.

메디톡스도 지난해 10월 휴젤과 같은 이유로 주력 제품에 대해 허가 취소 조치를 받았지만 “법적으로 다퉈볼 필요가 있다”는 집행정지 판결을 받았다. 현재 식약처와 메디톡스는 허가 취소가 타당한지를 놓고 본안 소송을 벌이고 있다.

휴젤 측은 “식약처가 기존에 문제되지 않던 유통 관행을 두고 이전과 다르게 법해석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내 보톡스업계가 자정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쓴소리도 나온다. 균주 출처를 놓고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은 국내에선 소송 중이지만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선 사실상 합의했다. 이 과정에서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은 독한 언사를 주고받으며 감정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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