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실리콘밸리 신산업 둘러보고 … 이재용 '뉴삼성' 속도낸다

李부회장 5년만에 미국行

8월 가석방 이후 첫 해외출장
캐나다선 삼성 AI 센터 방문

美파운드리 투자지역 확정해
반도체 공급망 강화하려는
바이든 정부에 `선물` 안길듯

모더나 본사서 경영진 만나
바이오산업 협력 방안 논의

한국소비경제신문 승인 2021.11.18 22:32 의견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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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상하고 있는 '뉴 삼성' 윤곽이 조만간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월 법무부가 가석방을 결정한 이후 경영 현안과 관련된 외부 일정을 자제해오던 그가 출소 후 3개월 만에 해외 출장길에 오르면서 본격적인 해외 경영 행보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번 방미를 통해 삼성의 새 먹거리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와 인공지능(AI), 바이오(백신 포함) 분야 등을 현장에서 직접 점검한 뒤 전략을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서는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1주기인 지난달 25일 이 부회장이 화두를 던졌던 '새로운 삼성'의 내용이 이번 해외 출장 이후 구체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시급한 현안이자 이번 출장 주요 목적은 반도체 사업이다. 이 부회장은 출장기간 중 미국 신규 반도체 공장 용지 선정을 위한 최종 점검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170억달러(약 20조원)를 투자해 미국 내에 두 번째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현재 유력 후보지로는 텍사스주 테일러와 오스틴이 꼽힌다.

반도체산업은 더 이상 앞선 기술력 하나만으로 살아남을 수 없는 전장이 됐다. 반도체 시장 패권 경쟁에 나선 주요국 정부들이 자국 내에 거점 생산시설을 유치하기 위해 시장에 개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에 가해지는 직간접적인 압박 수위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미국 정부는 자국 내 반도체 공장 확보뿐 아니라 주요 반도체 기업을 대상으로 공급망에 대한 핵심 정보까지 취합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에 막대한 보조금 지급을 약속하면서 안정적인 반도체 공급을 꾀하고 있다. 결국 반도체 사업의 기술력만큼이나 정·재계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협상력과 외교력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이 부회장이 조 바이든 정부의 반도체 공급망 확보 전략에 적극 협조하는 동시에 TSMC와의 파운드리 경쟁을 위한 미국 내 기지를 확보하고자 이번 출장을 강행한 것으로 보인다. 이뿐 아니라 현지에는 애플과 퀄컴, AMD, 엔비디아 등 파운드리 사업 대형 고객사가 많다. 구글과 테슬라, 메타(페이스북) 등도 자체 반도체 생산에 나선 만큼 잠재적인 수주 물량도 상당하다는 평가다.

한편 이 부회장은 미국 출장에 앞서 캐나다를 방문할 예정이다. 캐나다 몬트리올은 삼성전자의 7번째 글로벌 AI 연구센터가 위치한 곳이다. 이 밖에도 이 부회장은 모더나 본사 소재지인 미국 보스턴을 찾아 회사 최고경영진과도 만날 것으로 보인다. 모더나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은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위탁생산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모더나와 중장기적으로 바이오산업 전반에서 협력하는 방안을 논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북미 출장 일정을 통해 이 부회장이 고심 중인 신규 사업군 윤곽도 어느 정도 드러났다는 것이 재계의 해석이다. 새로운 삼성을 위한 디딤돌로 그는 AI와 파운드리, 바이오사업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 앞서 삼성은 이 부회장 출소 직후 미래 투자에 대한 큰 그림을 공개하며 파운드리 등 시스템 반도체와 바이오, AI 등에 향후 3년간 240조원을 신규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귀국한 후 '뉴 삼성' 색을 보여주기 위한 경영 드라이브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은 내부 조직·인사 시스템과 지배구조 개편 등 대대적인 변화를 앞두고 있다.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로 예상되는 주요 계열사 사장단과 임원 인사를 통해 그 방향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삼성전자는 올해 말을 목표로 대대적인 인사제도 개편에 나선 상태다. MZ세대(2030세대) 요구를 반영해 평가와 승진 모두 공정성을 높이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달 말까지 노사협의회, 노동조합, 부서장 등 임직원 의견을 청취한 뒤 개편 방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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