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산정담]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

김진항/ 칼럼니스트

김진항 승인 2022.04.17 14:21 의견 0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사연이 조국 장관의 아빠 찬스와 너무나 유사한 구조를 하고 있다. 조국의 아빠 찬스로 온 나라가 시끄러웠고 그 여파로 공정의 가치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당시 그 문제를 대하는 국민들의 심정은 참담했고 그 연장선상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임명권자와 싸우다가 사표를 던지고 나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그런 새정부 인수위가 검증을 제대로 했는지가 의심되는 정호영 경북대 의대 병원장을 복지부 장관으로 임명했다.

지금 언론과 민주당에서 제기하는 여론의 진위와 상관없이 이 문제는 복잡하게 꼬여갈 공산이 크다. 지금 현재 지명자나 피지명자 모두 억울해할지 모른다. 정말 정후보자 자녀의 의대 편입학 과정에 잘못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명백히 공정했다라는 것을 증명하기가 지난할 것이다. 증명이 된다고 해도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하게될 것이고 만약에 티끌만한 불공정이라도 나온다면 윤당선자의 기본 가치인 "공정과 상식"에 흠결을 만들게 될 것이다.

그런데 가장 큰 문제는 그 공정과 결백을 증명하는 것이 쉽지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없는 것도 만들어내는 민주당은 대선 패배로 인한 적개심이 충천한 상태이고 조국의 딸이 저질렀던 아빠 찬스 구조와 닮은 점은 국민들의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는 점이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라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기에 조국의 "아빠 찬스"와 외형적 유사점은 국민들이 조국과 같은 경우로 생각하기 쉽게 만든다.

교수인 아빠, 의대 편입학, 논문 작성 참여, 봉사활동 등 일부러 맞추려도 힘들 만큼 많이 닮았다. 그런데 정호영 교수는 조국 보다 한 가지 더 의심을 살 수 있는 요소가 있다. 아버지가 편입학한 경북 의대 병원의 고위 관리자 였다는 점이다.

우리 사회 통념상의 인간관계를 고려해 볼 때, 심사위원들에게 묵시적으로라도 지시가 없었다는 것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 이번 경우는 음모론을 구성하기 좋은 조건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음모론은 진실의 구조에 몇 가지 허위 요소를 가미해서 섞어놓음으로 만들어진다. 이렇게 음모를 꾸미면 동조 세력은 100% 믿고, 중도 세력들은 긴기민가한다. 이를 위해서 음모를 획책한다. 지금 이걸 잘 하는 세력들이 잔뜩 벼르고 있다.

그러니 지명자나 피지명자 모두는 공연히 힘빼지 말고 신속하게 포기하는 것이 옳다. 윤당선자 입장에서는 장관 하나 때문에 피곤한 정치적 부담을 지면서 국정 운영 동력을 훼손할 이유가 없고 정후보자 입장에서도 지금 입방에 오르내리는 것마저도 인생에 큰 오점이 될 터인데 청문회 과정에서 민주당의 저열한 공격을 받고나면 본인은 물론 자녀들도 정신적 상처를 크게 입게 될 것이다.

길어야 2 년 정도 하는 장관하겠다고 가족 전체가 전 국민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은 남는 장사가 아니지 않을까 싶다. 지금 우리나라 정치지형에서 결백을 증명하고 떳떳하게 장관의 직에 오르는 것은 쉽지않을 것이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을 때가 좋다. 갈잎 먹으려다가 위험에 빠진다. 의대 졸업해서 의대 병원장했으면 성공한 것인데 공연히 명예 욕심내다가 개망신 당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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