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안티 작가님

1. 강

한국소비경제신문 승인 2021.01.19 17:01 | 최종 수정 2021.01.28 14:22 의견 0


<강>

안티

거대한 물줄기가 짐승의 목구멍처럼

끝이 보이지 않게 길게 뻗어있었다

검은색 어둠이 흐르는 듯이

어딘가에 고요히 잠들어있는 유적처럼

무겁고 녹슨 뼛조각으로 맞춰진 죽은 몸들이

손을 뻗어 가장 높은 곳으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스틱스강의 잊혀진 비명들이

산자와 죽은자들의 경계를 허물고

수백 년 전 사람들의 시체를 수습하던 노파가

죽은 뒤에 다시 이곳을 찾는 밤

내가 뿌린 뼈들이 모두 하류로 모이고

사람들이 태어난 곳으로부터 죽어가는 사람들이

모두 물길을 따라 아래로 떠밀려가는데

이 죽음의 시작에 대한 전설을 아무도 알지 못했다

강은 하류로 갈수록 깊고 넓어지기만 했다

까만 어둠속에 무겁게 잠식한 물살은

닫혀버린 짐승의 입처럼 나를 끝없이 붙들고

가장 마지막으로 내가 온전히 잠기면

흐리고 번진 초점으로 나를 집어삼킨 몸들이

매일이 밤인 이곳의 시간을 두드리며

유유히 떠내려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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