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는 옛말, 이젠 '딥데이터'가 경쟁력

스타트업 딥데이터 시대

수집자체가 어려워 가치높고
세상에 없는 데이터로 승부

건물주 선호도까지 정성평가
원하는 매물 정확히 추천해

버리는 영수증데이터 모아
정교한 마케팅 전략 세우기도

한국소비경제신문 승인 2021.11.29 20:06 의견 0

데이터가 넘치는 '데이터 과잉' 시대가 되면서 스타트업들이 빅데이터를 넘어 '딥(deep)데이터'로 고개를 돌리고 있다. 남들도 수집할 수 있거나 허위 정보가 섞인 빅데이터보다 남들이 모르는 구체적인 정보가 담기고 정확성까지 담보된 '딥데이터'를 활용할 경우 경쟁사가 따라오기 힘든 격차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상업용 부동산 종합 플랫폼 스타트업 '알스퀘어'가 대표적이다. 아파트 같은 주거용 부동산과 달리 수집부터 어려운 상업용 부동산 데이터를 수년간 축적해왔다. 자체 인력을 통해 전국 물류센터와 사무실, 건물 정보를 전수조사해 데이터를 확보했다. 단순히 기본 건물 정보뿐만 아니라 임대·임차인 성향이나 선호도 같은 정성평가까지 수집한다. 이를 바탕으로 클라우드 기반의 전국 상업용 부동산 지도를 구축했다. 상업용 부동산 임대·임차인 요구를 파악해 정확한 추천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이미 지난해 중개를 통해 매출 850억원(수주 기준)을 기록했고, 올해는 매출 1400억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향후에는 이 데이터를 가공해 건물주나 건설 업계에 제공하는 식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베트남·싱가포르·인도네시아 같은 동남아시아 6개국으로 진출도 본격화한다. 이용균 알스퀘어 대표는 "상업용 부동산 데이터는 주거용과 달리 데이터 자체가 없다. 공공데이터도 구하기 어렵다"며 "외부에서 무모하게 생각하기도 했지만, 수년간 전국을 누비며 한 땀 한 땀 데이터를 구축한 것이 성장의 원동력이 됐다"고 설명했다.

푸드테크 스타트업 '마켓보로'도 다른 업체가 확보하기 어려운 식자재 유통 관련 데이터를 확보해 사업을 고도화하고 있다. 마켓보로는 식자재 유통 클라우드 서비스(SaaS) '마켓봄'을 운영하고 있다. 도매상부터 유통사, 최종 이용자인 식당까지 기업 간 거래(B2B) 식자재 유통 과정에 있는 참여자들의 다양한 오프라인 실거래 데이터를 수집한다. 마켓봄은 최근 누적 거래액 1조원을 돌파했다.

임사성 마켓보로 대표는 "연간 50조원 시장인 식자재 유통은 그동안 지역별로 수많은 공급업체들이 종이로 거래하는 경우가 많아 데이터 확보가 쉽지 않았다"며 "어떤 식당이 어떤 식자재를 얼마나 구매하는지에 대한 데이터는 마켓보로만의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마켓보로는 B2B 유통 빅데이터 센터를 구축하고 거래 규모에 적합한 인공지능(AI) 기반 매입 최적화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사람들이 버리는 영수증도 딥데이터로 가치를 높이고 있다. 스타트업 '샵온에어'는 포스커넥터를 통해 영수증 데이터를 수집한다. 포스커넥터는 단순 연결만으로 판매시점정보관리(POS) 기기의 유형에 상관없이 송금, 간편결제 같은 결제수단을 쉽게 사용하도록 돕는다. POS를 바꾸거나 새로운 장비를 들일 필요 없이 소상공인 누구나 카드 수수료 부담을 낮출 수 있다. 회사는 1만~2만원대로 기기를 보급하는 대신 여기서 수집된 영수증 데이터로 회사의 수익을 올릴 계획이다. 비식별 구매 데이터 자체가 정교한 마케팅을 원하는 기업들에 매우 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고용철 샵온에어 대표는 "소비 관련 데이터를 가장 많이 보유한 카드회사는 누가 어디에서 얼마를 썼는지는 알지만 '무엇'을 구매했는지는 모른다"며 "흔히 버려지는 영수증은 구매 목록 데이터가 포함돼 가치가 높다. 딥데이터의 대표 사례"라고 강조했다. 리멤버 개발사인 '드라마앤컴퍼니'도 수기 입력을 통해 1억5000만장이 넘는 명함 데이터를 구축했다. 이를 통해 확보한 정보는 회사의 신사업 동력이 됐다. 리멤버는 현재 기업이 찾는 인재와 구직자를 이어주는 채용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일본, 미국, 인도 등 해외로 서비스를 확장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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