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안티 작가님

2. 뼈

한국소비경제신문 승인 2021.01.28 14:30 의견 0


<뼈>

안티

밤이 자라났어
네 입 속에 돋아난 뼛조각 하나
어린 이는 허공을 메우고
허공은 까만 입속에 가득해
네 입속엔 이미 다른 크기의 뼛조각들이
고르지 않게 솟아있고
내가 침을 삼킬 때마다 하나씩
목구멍을 넘어가는 소리를 내는데
네 키는 어제보다 조금도 자라지 않았어
뼈 대신 두꺼운 껍질만 너를 덮어내고
또 덮어내지
밤새 허공을 맞추는 소리만 들릴 뿐이야
생선뼈가 목에 걸렸을 때 따끔거리진 않았었니?
그럴 때면 돌기가 몸 밖으로 튀어나오진 않았니?
무거우면서 동시에 둔한 몸을 한 네가
31개의 이를 품을 채 32개의 이를 가지게 될 때까지
네 윗니와 아랫니는 딱딱하게 맞아떨어지지 못해
밤새 뒤척이는 소리를 냈다
깜깜한 골목으로 내던져지는 밤과 너와 작고 하얀 이가
아침이 오는 소리에 맞춰 조금 자라나고
조금 줄어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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