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국처럼 디지털 화폐 속도낸다

옐런 이어 파월 ‘디지털 달러’ 언급
“기술문제 해결 위해 폭넓은 협의”
중국 e-위안 실험에 자극 받은 듯
실제 발행 땐 암호화폐에 큰 영향

한국소비경제신문 승인 2021.02.26 15:32 의견 0

미국 재무장관과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연이어 ‘디지털 달러’ 띄우기에 나섰다. 미국이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 관련 연구를 본격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23일(현지시간) 상원 청문회에 출석했다. 파월 의장은 “디지털 달러 프로젝트는 (정책) 우선순위가 높다”며 “기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매우 폭넓은 협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기축통화국으로서 디지털 화폐를 제대로 발행할 책임이 있다”면서도 “첫 번째 디지털 화폐 발행국이 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 22일 뉴욕타임스가 주최한 온라인 콘퍼런스에서 “중앙은행이 디지털 화폐 발행을 검토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미국인이 간편결제 시스템과 은행 계좌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며 “디지털 달러가 (기존보다) 더 빠르고, 안전하고, 저렴한 지불수단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은행 계좌나 신용카드가 없어 주로 현금을 사용하는 저소득층에게 디지털 달러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미국의 지역 연방준비은행에선 CBDC를 연구해왔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지난해 9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부터 CBDC를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스턴 연방준비은행도 MIT대와 손잡고 CBDC를 연구 중이다. 다만 실제 CBDC 발행에는 소극적이었다. 기축통화인 달러의 지위를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중국의 속도전이 미국의 태도를 바꿨다. 중국은 일부 시민들에게 ‘e-위안’(디지털 위안)을 나눠주며 실험하고 있다. 중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빨리 CBDC를 발행할 태세다.

디지털 달러가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에 미치는 영향은 복합적이다. CBDC와 암호화폐는 여러 가지 차이가 있지만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는 점에선 같다. CBDC 발행이 블록체인 기술의 신뢰성을 높여 암호화폐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란 전망도 있다. 하지만 국가가 법정 화폐로 인정하는 CBDC가 활성화하면 민간 암호화폐는 위축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옐런 장관은 디지털 달러의 필요성은 강조하면서도 비트코인에 대해선 “투기성이 높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미국의 경제전문잡지 포브스는 “옐런은 최근 비트코인 열풍에 대한 답을 ‘디지털 달러’라고 선언한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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