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 이상 일하는 노인 늘었지만 … 이들 중 74%는 생계형

복지부 2020년 노인실태조사

베이비부머 세대 고령화로
소득은 3년전보다 33% 증가

노인 고위임직원 늘었지만
절반은 단순노무직에 종사
노년층 삶의 질 양극화 커져

한국소비경제신문 승인 2021.06.09 15:45 의견 0

베이비부머 세대가 65세 이상 노년층으로 작년 첫 진입하면서 노인층 경제 지형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폐지 줍는 노인'으로 알려진 노년층 빈곤율은 줄고, 대신 상당한 자산을 보유한 노년층이 부쩍 늘었다. 이들은 자녀가 주는 용돈이 아닌 근로·사업소득 등으로 생계를 직접 꾸린다. 반면, 생계비 마련을 위해 고령까지 일하는 노인들도 대폭 늘면서 노인층 사이에서도 경제 상황과 삶의 질에서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7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0 노인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노인 10명 중 4명이 현재 경제 상태에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2017년 조사 당시 경제적 만족도는 28.8%에 그쳤지만, 3년 만에 37.4%로 증가한 것이다. 이 조사는 2008년 노인복지법에 근거가 마련된 후 3년마다 실시되고 있다.

이번 조사 결과에서 노인은 단순 부양 대상이 아닌 독립적 경제 주체로 변모하고 있다. 지난 조사 결과와 두드러지게 달라진 점이다. 홀로 또는 부부만 사는 노인 단독가구 비율이 80%에 육박한 가운데 이 중 62%는 자녀 등과 함께 살지 않는 이유에 대해 경제·건강·생활 면에서 자립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자립적 요인(건강·경제적 안정, 개인생활 향휴)에 따라 노인이 단독가구를 형성했다는 응답이 2017년 32.7%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특히 경제적 능력을 노인 단독가구 형성의 이유로 꼽은 이들은 2017년(1.8%)에 비해 12.7%로 급증했다. .

양성일 복지부 1차관은 브리핑에서 "경제·건강·가족관계 등에 있어 기존 노인보다 자립 특성이 강하게 나타나고 삶의 만족도도 높아지고 있다"며 "향후 노인을 적극적인 주체로 인식하고 스스로 희망하는 노년의 삶을 지향하도록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해당 조사에 따르면 노인들의 주관적인 경제적 만족도가 높아졌을 뿐 아니라 노인의 근로·자산소득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지난해 노인 평균 개인소득은 1558만원으로, 2008년(700만원)에 비해서는 2배 이상 늘었고 2017년(1176만원)에 비하면 32.5%가 증가했다. 이 가운데 근로 및 사업소득·사적연금소득 비중이 크게 확대된 것으로 분석됐다. 대신 자녀가 주는 용돈 등 사적이전소득이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8년 조사 당시 46.5%에서 2020년에는 13.9%로 대폭 감소했다.

근로소득 증가에서 나타나듯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노인도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해 65세 이상 노인의 경제활동 참여율은 36.9%로, 3년 전 30.9%에 비해 증가했다. 특히 상대적으로 '젊은 노인'에 해당하는 65∼69세 연령대에서는 경제활동 참여율이 55.1%로 절반을 넘었다.

다만 일하는 노인 중 73.9%는 여전히 현재 일하는 이유로 '생계비 마련'을 꼽으며 공적 연금만으로 노후 소득 보장이 이뤄지지 않다는 것을 시사했다. 농촌에 거주하는 노인(79.9%)과 독거노인(78.2%)에게서 이러한 답변이 지배적이었다. 조사 결과 거의 대부분 노인 가구가 부동산을 소유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노인 가구 96.6%가 부동산을 갖고 있으며 평균 금액은 2억6182만원에 달했다. 또 노인 79.8%가 본인 소유 주택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노인의 경제력이 주관적·객관적 지표 모두에서 개선된 것으로 나타난 배경에는 노인으로 대규모 신규 진입한 '베이비부머 세대' 영향이 자리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는 베이비부머 세대(1955∼1963년 출생)에 해당하는 1955년생 등이 65세 이상으로 진입했다. 이번 조사에 새로이 포함된 1953년·1954년·1955년생은 총 173만명으로, 전체 노인 중 21.3%를 차지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노인으로 진입하며 이 같은 노인 지형 변화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고 했다. 베이비부머 세대는 이전 세대와 비교해서 높은 학력 수준을 바탕으로 가처분소득, 소비지출, 총자산액은 가장 높고 불평등 수준은 가장 낮은 세대로 지목된다.

베이비부머 세대가 노인으로 신규 진입한 후 처음 이뤄진 이번 조사에서 노인 학력 수준 향상이 뚜렷하게 나타난 이유다.

안서연 국민연금공단 연구원은 "앞으로 베이미부머 세대 등이 점차 노인 세대에 진입할수록 노인 빈곤율이 이전 세대(1945~1954년 출생)보다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안 연구원은 "베이비부머 세대는 특수한 시대적 맥락에서 형성된 코호트로서 베이비부머 이후 세대가 겪고 있는 노동시장 불안정성의 증대와 그로 인한 노후소득보장 체계의 사각지대 문제는 여전히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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