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2026년부터 탄소국경세 걷는다

기후 변화 해결 입법안 공개

연간 100억유로 수입 예상
첫 부과 대상은 철강·시멘트
터키·러시아·中기업 직격탄
"WTO 내 분쟁 촉발 우려"

한국소비경제신문 승인 2021.07.16 22:10 의견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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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가 탄소국경세 등을 포함한 입법안을 공개했다. 탄소국경세는 유럽 기업을 보호하고 코로나19 극복에 쓴 막대한 재정 지출을 메우기 위해서 도입된다. EU는 이를 통해 연간 100억유로(약 13조5000억원)의 세금을 거둬들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 기업이 받아들 청구서만 매년 1조원이 넘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4일 EU 집행위는 기후 변화 해결을 위한 입법 패키지 ‘핏포55(Fit for 55)’를 발표했다. 2030년 EU의 평균 탄소 배출량을 1990년의 55% 수준까지 줄이기 위해서다. 핵심은 탄소국경세로 불리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다.

이를 통해 EU 역내로 수입되는 제품 중 역내 생산 제품보다 탄소배출량이 많은 제품에 대해 비용을 부담시킬 예정이다. EU는 탄소배출량 감축을 위해 역내 기업에 탄소세를 부과하고 있는데, 동일한 탄소 배출에도 비용을 부담하지 않는 해외 경쟁사들로부터 역내 기업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앞서 파이낸셜타임스가 확보한 초안에서도 EU는 “탄소 배출 저감 조치 때문에 경쟁에서 뒤처질 우려가 있는 역내 기업을 보호하는 데 탄소국경세가 강력한 수단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유로뉴스는 “이 부담금은 유럽연합 자체의 탄소가격 규정을 그대로 반영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EU는 2025년까지 과도기를 둔 뒤 2026년부터 세금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최종적으로는 매년 100억유로를 거둬들일 계획이다. 추가 수입의 상당액은 7500억유로에 이르는 코로나19 경제회복기금 부채 상환에 사용한다.

첫 부과 대상은 철강 시멘트 알루미늄 비료 전기 제품 등 탄소 배출 위험이 큰 품목들이다. 유로뉴스는 “현재 해당 품목을 주로 수출하고 있는 터키, 우크라이나, 이집트, 러시아, 중국 기업의 타격이 클 것”이라며 “탄소국경세 부과 항목은 나중에 다른 분야로 확장된다”고 보도했다.

EU 집행위는 “비유럽연합 국가들과 광범위한 양자 간 논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부담금이 해당 국가와 기업들에 탄소배출량을 줄이고 더 나은 기후 변화 정책을 채택하도록 장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번 조치가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위배될 수 있다며 반대하는 각국 정부의 목소리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유로뉴스는 “이 조치가 글로벌 무역에 대해 부당하고 차별적인 장벽으로 비친다면 WTO 내 분쟁을 촉발시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 9일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무역 마찰을 피하기 위한 국제 조정을 촉구했다.

EU 집행위는 탄소국경세 외에도 2035년부터 EU 내 신규 휘발유·디젤 차량 판매를 사실상 금지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앞서 집행위는 2050년까지 EU를 최초의 ‘탄소 중립’ 대륙으로 만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기후변화·환경 분야 청사진을 담은 ‘유럽 그린 딜’을 제안한 바 있다. 또 지난달에는 이 같은 목표가 법적 구속력을 갖도록 유럽기후법을 채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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