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원의 혁신 … "SK 지배구조 중심은 이사회"

13개 계열사 사내외 이사 집결
지배구조 개선방안 끝장토론
이사회, 올해부터 CEO 평가

최 회장 "세계 표준 뛰어넘는
SK 거버넌스 스토리 만들자"

한국소비경제신문 승인 2021.10.13 11:20 의견 0

"지배구조에 있어 글로벌 스탠더드를 뛰어넘는 거버넌스 스토리(Governance Story)를 만들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6월부터 최근까지 세 차례에 걸쳐 '거버넌스 스토리 워크숍'을 열고, 사내·외 이사들에게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강력한 주문을 던졌다. 11일 SK그룹에 따르면 세 차례 워크숍에는 SK그룹 전체 17개 계열사 중 사외이사를 두고 있는 13개사가 총집결해 최 회장과 '끝장 토론'을 펼쳤다.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집단지성이 발휘된 셈인데 그동안 국내 대기업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던 풍경이다.

거버넌스 스토리란 최근 재계 화두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가운데 G에 해당하는 거버넌스(지배구조)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혁신하려는 전략이다. 과거 대기업 이사회가 '거수기 역할'에 그쳤다는 비판에 맞서 SK그룹이 이사회 본연의 역할을 되찾고 책임경영을 강화하는 등 지배구조 개선에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움직임이다. SK그룹은 올해 말부터 최고경영자(CEO) 평가와 보상을 각 사 이사회에서 결정하게 된다.

SK그룹은 올해 SK(주) 등 주요 관계사 등을 주축으로 지배구조 개선에 나섰다. 이들 관계사가 이사회 산하에 인사위원회, ESG위원회 등을 설립하고 이들에게 CEO 평가, 사내이사 보수 검토, 중장기 성장 전략 및 투자 여부 등 주요 안건을 결정하도록 했다.


특히 최 회장이 최근 워크숍을 연 것은 향후 이사회 중심의 책임경영을 전체 계열사로 확대하는 동시에 가속도를 붙이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SK그룹 관계자는 "최 회장이 이번 워크숍 내내 강조한 것은 사외이사 권한의 확대"라며 "허울뿐인 이사회가 아니라 제대로 작동하는 이사회를 만들기 위해 최 회장은 물론 사내·외 이사들끼리 치열한 토론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이사회 권한이 높아지고 있는 모습은 최근 SK그룹의 주요 결정사항에서도 엿보인다. 지난 8월 열린 SK(주) 이사회에서 사내이사인 최 회장과 이찬근 사외이사가 해외 투자 안건에 대해 반대표를 던졌지만 나머지 이사들이 찬성해 해당 안건이 가결됐다. 최근 SKC 이사회에서는 2차전지 음극재 시장 진출을 위해 영국의 실리콘 음극재 생산업체와 추진한 합작법인 투자 안건이 일부 이사들의 반대로 부결됐다.

주요 계열사 이사회도 목소리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경영진 견제를 위한 사외이사 역할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관련 교육 프로그램 도입 △전문성 갖춘 사외이사 후보 발굴 △회사 경영정보 공유 △경영진과 소통 확대 등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최 회장은 워크숍을 계기로 그룹 관계사 사내·외 이사들이 수시로 지배구조나 경영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누며 전문성도 키울 수 있는 '소통 플랫폼' 구축을 제안했다.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는 "SK그룹이 이사회 중심의 경영을 확대하는 것은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SK 이사회가 앞으로 CEO 후보 추천 및 평가·보상까지 관여하는 건 지배구조 개선의 핵심으로 방향을 정확하게 잡은 것으로 볼 수 있다"며 "향후 국내 대기업의 지배구조 혁신에도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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