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에 빠진 제약사들 … 2조 시장 쟁탈전

치료제 넘어 건기식 잇단 진출
사람용보다 개발 비용 덜 들고
성장성 높아 펫푸드 시장 주목

대웅, 자회사 만들어 신약 공략
JW, 펫영양제 전문 브랜드 첫선
유한, 관절·눈건강 사료 등 강화
종근당, 펫 유산균 '라비벳' 인기

한국소비경제신문 승인 2021.12.31 21:26 의견 0

'윤샘의 마이펫상담소-Pet Clinic'은 수의사인 윤홍준 월드펫동물병원 원장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이다. '영양제 어떤 걸 먹여야 하나'를 주제로 한 영상에는 '다음에 유산균도 다뤄 달라' '항산화제는 몇 살 때부터 먹이면 좋을까' 등 연관 질문들이 쏟아진다.

반려동물 인구 1500만명. 국내 네 가구 중 한 가구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시대다. 반려동물은 이제 인생의 동반자가 됐다.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펫팸족(펫+패밀리)', 반려동물을 자신보다 아끼는 '펫미족(펫+자신)', 반려동물에게 고가 제품을 사주는 '펫셔리(펫+럭셔리)', 반려동물 용품에 첨단기술을 적용한 '펫테크' 등 늘어난 관심만큼 다양한 신조어가 등장했다.

국내 제약사들도 펫 시장에 빠졌다.

반려동물 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약뿐만 아니라 반려동물의 건강을 돕는 사료·건강기능식 등 다양한 '펫푸드'로 반려인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한국동물약품협회에 따르면 동물 약품 시장 규모는 2010년 5445억원에서 지난해 8871억원으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국민소득 수준 향상과 고령화에 따라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적극적인 치료를 원하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지속 성장을 이어갈 전망이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펴낸 '2021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서도 노령견 양육 가구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용품으로 영양제(49.6%)와 처방 사료(37.4%)가 꼽혔다. 펫푸드로 범위를 넓히면 현재 시장 규모가 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약사들은 기존 의약품 개발에서 쌓인 경험과 시너지를 낼 수 있기 때문에 반려동물 시장 진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의약품보다 개발 비용이나 시간이 적게 들면서도 시장 성장성은 더 높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신약은 개발에 최소 5~10년이 걸리는 반면 동물 의약품은 평균 2년 정도면 개발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유한양행은 최근 종합 펫케어 브랜드 '윌로펫'에 이어 동물병원 전용 브랜드 '유한벳'을 내놓으며 반려동물 관련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 유한벳 브랜드로는 항암제와 약용 샴푸 등 반려동물 의약품, 세정제 등 의약외품, 처방 사료, 반려동물 진단의학, 관절·눈 건강 사료 부문에서 다양한 신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이 회사는 올 들어 SB바이오팜을 비롯해 네오딘바이오벳, 주노랩 등 반려동물 관련 헬스케어 기업에 138억원을 투자했다.

대웅제약은 반려동물 의약품·의료서비스 등 신사업 진출을 위해 '대웅펫'을 자회사로 편입했다. 대웅펫은 반려동물용 신약, 비대면 의료, 임상시험 지원 플랫폼 개발을 주요 사업으로 한다. JW생활건강은 지난달 반려동물 영양제 브랜드 '라보펫'을 선보였다. 현재 출시된 제품은 유산균 '라보펫 포스트바이오틱스'와 관절 영양제 '라보펫 엠에스엠' 등 2종인데 다음달에는 인지력 개선을 위한 영양제도 내놓을 계획이다. 루테인 성분이 함유된 영양제 등 제품 라인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일동제약도 내년 반려동물 시장에 뛰어든다. 일동제약은 처음으로 반려동물 프로바이오틱스 관련 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일동제약 관계자는 "향후 건강기능식품 등으로 라인업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종근당도 종근당바이오 프로바이오틱스 브랜드 '라비벳'으로 유산균제를 선보이고 있다. 반려동물 산업은 앞으로도 빠른 성장이 예상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2016년 2조1455억원에서 5년 만인 올해 3조7694억원으로 성장했고, 2027년에는 6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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