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 무라(MOORA) 작가님 첫번째 이야기 1-7

[RED 빨강 이야기] 1-7. 학교

한국소비경제신문 승인 2021.01.08 13:16 | 최종 수정 2021.06.17 18:10 의견 0

1953년 대구 외곽지역 초등학교 추정_1


[RED 빨강 이야기]

무라 (MOORA)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어서 학교를 다 간다고.”

할머니가 말했다. 이런 반응을 원한 게 아니었는데, 예상 외로 단호했다. 할머니는 미간을 찡그리고 구멍 난 앞치마를 기우는데 집중하고 있었다.

“나도 학교 갈래.”

일준이 다시 한 번 강조해서 말했다.

“아직 못 간다 했다.”

여전히 단호한 할머니의 반응에, 일준은 답답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도대체 왜, 은실은 학교에 가는데 자기는 안 된다는 것인지 일준은 알 수 없었다.

“왜 나만 안 되는데, 나도 학교 갈 거라고! 나도 갈래.”

일준의 목소리가 점점 커졌다. 할머니는 잠시 망설이는 듯했다. 어떻게 해서라도 학교에 가야 했다. 은실이랑 새끼손가락 걸고 약속도 했는데, 입안이 바짝 말랐다. 같이 학교에 간다고 좋아했던 은실의 표정이 잊히지 않았다.

“내년 말고, 그 다음 해에 보내 줄 테니까…”

할머니가 마지 못해 대답했다. 하지만 일준한테는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다. 그 다음 해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그때 되면 은실은 다음 학년으로 올라갈 것이 아닌가. 그때 가서 학교에 간다고 하더라도 은실이 없으면 무슨 소용없었다. 일준의 머릿속이 복잡했다.

“나도 여덟 살인데, 왜…”

일준은 말을 끝까지 잇지 못하고 결국 눈물을 흘렸다. 그런 일준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할머니가 바느질감을 내려놓고는 일준의 손을 잡았다. 일준은 그런 할머니의 다정한 모습에 순간 학교에 갈 수 있음에 대한 작은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어림도 없었다.

“그건 네가 음력으로 셌을 때 여덟 살인 거고,”

“음력…?”

일준이 물었다.

“넌 엄연히 말하면 일곱 살이야.”

“왜? 왜 또 일곱 살인데?”

“양력으로는 아직 일곱 살이라서 안 된다고 하는 거야.”

음력? 양력? 일준은 당최 이게 무슨 말인지 몰랐다. 하지만 알 게 뭔가. 중요한 건, 일준은 내년에 학교에 가지 못할 것이라는 말이다. 은실만 학교에 가고. 더 나아가 함께 놀던 승재마저 전부 내년에 학교에 가면 일준은 함께 놀 친구도 다 사라지는 셈이었다.

“승재도 가는데…”

일준의 말에 할머니가 바느질하던 손을 멈추고 안경을 내렸다. 일준은 아차, 싶었다. 왠지 모르게 할머니는 승재와 노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저번 비 오는 날에도, 할머니는 일준이 승재와 놀았기 때문에 이렇게 거칠게 놀아 감기까지 걸린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직도 승재하고 노냐.”

“응? 아니 그게 아니라…”

“할머니가 그렇게 놀지 말라고 했는데도.”

할머니가 다소 엄하게 말했다. 본전도 못 찾은 일준은 입을 비쭉 내밀더니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할머니는 그런 일준을 지켜보다가 짧은 한숨을 쉬었다. 그리곤 구석에 바느질감을 밀어 넣더니 부엌으로 갔다. 일준은 할머니의 이불을 확 뒤집어썼다. 열기 때문에 금방 더워 죽을 지경이었지만, 오랫동안 이불을 걷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억울했다. 일준은 주먹을 꽉 쥐었다.

아무래도 할머니는 지쳐 쓰러진 일준의 모습을 어떠한 포기의 메시지로 봤을 것이라. 따라서 일준이 속으로 어떤 생각을 꾸미고 있는지 알 길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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