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지급품목 규칙 개정안 통해 '지혈대' 지급 캠페인 전개
현재 112 순찰차 구급함 붕대로 임시로 응급 처치하는 수준
강남署 교통경찰, 오토바이 사고 출혈자에 속 옷 찢어 지혈
일선 현장 경찰관, '119 업무 떠안나 업무 과중' 반대 의견도
최근 대형교통사고나 대형화재, 대형급 재난이 늘면서 과다 출혈로 생명을 잃는 안타까운 일이 증가하고 있다. 재난을 미리 예측할 수는 없지만, 사고를 당해 출혈이 심할 때 응급 지혈대를 사용하면 현장에서 생명을 살릴 수 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선 경찰관들이 다량 출혈 환자에게 지혈대를 신속하게 사용해 귀중한 생명을 구한 사례가 많다. 지난 2011년 6월 초, 서울 강남서의 한 교통경찰관은 영동 로터리에서 오토바이 사고로 운전자의 종아리 부분에서 많은 피가 흐르자 자신의 상위 속옷을 찢어 응급 지혈한 후, 119 구급대에 인계해 생명을 구했다. 하지만 규정상 경찰관은 지혈대 사용이 금지돼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찰 지급품목 규칙을 개정해 지혈대 지급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는 신우천 경감(경기남부경찰청 13기동대)은 “현재 대량출혈 환자를 112 순찰차 구급함 밴드(붕대)만으로 응급처치는 역부족이다.”고 말하고 “생명이 경각에 달한 환자에게 경찰관이 즉시 지혈대를 사용할 수 없다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합법적인 일이 무의미한 것 아닌가”며 물었다. 그러면서 “미국처럼 ‘Stop the Bleed’ 응급지혈 제도가 정착되어야 할 때”라고 전하는 신우천 경감을 만났다.
- 먼저 응급지혈 ‘Stop the Bleed’ 캠페인은 어떤 운동인가.
이 제도는 2015년 미국 백악관에서 ‘Stop the Bleed‘ 캠페인을 최초로 시작한 응급처치 프로그램이다. 미국은 백악관이 나설 정도로 안전사고가 많은 나라다. 무엇보다 총기 폭력과 안전문제가 커지면서 즉각 적인 응급처치 중요성이 대두됐다. 총상으로 출혈이 심하면 응급처치 전에 죽는 일이 많아 지자 일반 시민도 응급 처치를 할 수 있도록 교육을 시행했다. 그 다음은 대규모 재난이다. 허리케인 같은 자연재해나 테러·공격 등 대형 재난 상황에서 시민들 스스로가 응급 처치 능력 함양을 통해 생존율을 높이는 일이다. 응급 처치술을 습득한 시민이 많을면 위기 대응력도 크게 향상돼 사회 전체 안전도 증대된다. 이 캠페인은 경찰과 시민들이 응급 지혈술을 배워 제난상황에서 신속히 대응할 능력을 키우는 게 목표다.
- 출혈로 인한 사망은 얼마나 걸리나.
초기 1분 내에 지혈을 못하면, 대부분 쇼크 사로 생면을 잃는다. 현장에서 즉각 지혈할 수 있는 중요한 도구가 바로 지혈대(Tourniquet)다. 그러나 '지혈대' 보급은 경찰에게 규정상 지급하지 않는다. 현장 경험이 많은 일부 베테랑 경관들은 지혈대의 중요성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아예 사비로 구매해 현장 근무 때 사용하기도 한다. 급할 때는 혁대를 활용한다. 저 역시도 경찰관에게 맞춤형 장구 착용이 필요하다고 본다. 올해 7월 중순경 인재개발원 대테러 작전 교육 과정에서 전문가인 박상구 교수님과 국군의무학교 송현석 원사님에게 지혈대 사용법을 습득한 후, 지혈대 보급 중요성을 더욱 절실히 느꼈다.
- 119업무를 떠 안는 것 아니냐는 반론도 있다.
일부 일선 경찰서 경관들이 '경찰이 119 업무를 떠안는 것 아닌가'라는 여론으로 꺼리는 곳도 있다. 하지만 사고를 당한 사람에겐 '긴급한 도구'라며 지혈대 보급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일부 여론도 들었다. 그런 흐름을 따라 규정 개선안을 내부 소통창구인 현장활력소에 글을 올렸다. 댓글을 보면 현장 경찰관들 반대 의견이 많았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지혈대 보급 필요성에 대한 당위성을 충분히 설득하고 나서 지혈대 보급을 원하면, 필요한 예산을 확보해 적극 추진했으면 한다.
- 경찰 지급품목도 시대 흐름에 맞춰 개선해야 하지 않나.
현재 경찰공무원은 바지 링과 탐색 등, 교통신호봉, 사격용 귀마개, 교통 색안경, 다용도 소형 방패, 안전모, 손전등 등 여덟 가지가 지급된다. 여기에 추가로 지혈대를 지급하도록 바꾸려 한다. 폴넷(Polnet) 희망 품목 코너에 지혈대를 등록해 대량출혈 환자 응급처치 능력을 향상할 필요가 있다. 경찰공무원법 제26조에 ’복제 및 무기 휴대와 제복을 착용해야 한다‘와 경찰공무원은 ‘직무 수행을 위하여 필요하면 무기를 휴대할 수 있다’고 적시돼 있다. 또 경찰공무원 복지에 관한 사항은 행정안전부령 또는 해양수산부령으로 정하고, 경찰 직무집행법 제10조의 2 경찰 장구 사용을 보면, 경찰관은 직무 수행에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상당 이유가 있을 때, 그 사태를 합리적으로 판단 후 필요한 한도 하에서 경찰 장구를 사용할 수 있다.
- 현장 대응 상 지혈대 보급이 긴급한 것 같은데.
경각에 달한 사고자에게 응급지혈은 119만의 영역이 아니라 본다. 생명을 구하는 일에 영역이 있을 이유는 없다. 지혈대 가격도 크게 비싸지 않은데다 얼마든지 생명을 구 할 수 있다. 저는 지혈대 사용 방법을 팀원들에게 교육해 현장에서 응급환자 발생 시 신속히 응급처치할 수 있도록 기술을 전수하고자 한다. 현장 능력 배양을 통해 응급환자 치료 시 조기에 지혈하지 않으면, 쇼크사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신체 출혈을 중단시키기 위해 최초로 사용하는 중요한 응급처치 도구가 지혈대다. 출혈을 제어하는 지혈대 사용법 교육이 절실하다.
- 올해 지혈대 교육을 했는데.
지난 8월 23일부터 9월 25일까지 32일간 총 90분 사무실과 현장에서 교육했다. 교육 대상은 팀원 7명과 홍정현 교관(순경)이 8월 23일 지혈대 사용법 작성 밴드 공유와 함께 선행 학습, 지혈대 명칭 소개와 감는 순서, 적용 방법 등 이론 교육을 옆 동료 상대 1분 내 지혈대 감아 보기 반복 숙달 현장 실습을 한 바 있다. 향후 직원들이 자신감 상승과 성취감 제고, 대량출혈에 대한 응급환자 대처 능력이 향상되리라 기대한다.
- 대당 지혈대 가격은 어떤가.
00에서 의료기기 ‘트위스트 지혈대’ 1개당 단가는 9,600×8=76,800원이다. 현장 경험을 통해 취득한 생명을 구하는 지혈대의 중요성을 알리고자 인터넷 쇼핑몰 00에서 저렴하게 구매 후, 팀원들에게 보급해 착용하는 등 시범적으로 운용 중이다.
- 지혈대가 꼭 필요한 상황은.
네 가지가 있다. 먼저 선홍색 출혈이 바닥에 많이 고이거나 옷이 피로 흥건할 때, 적용된 붕대 또는 거즈가 계속 피로 젖을 때, 동맥성(박동성, 분출성)의 지속적인 출혈, 팔·다리 외상성 절단의 경우가 있다. 지혈대 적용이 가능한 부위는 1분 이내이고, 지혈대 적용이 어려운 접합부 부위는 90초 이내에 응급지혈 거즈를 사용해야 한다. 보듯이 생명을 살리는 골든타임은 1분이다.
- 대형 재난 사고에 대응한 우리나라의 응급처치교육(TECC) 현황을 말해 달라.
TECC(Tactical Emergency Casualty Care)는 경찰과 소방관, 의료진 등 응급 구조대원들에게 제공되고 있고, 일반 시민에 대한 교육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이런 교육를 통해 위기 상황에서 즉각적인 대응 능력을 강화하는 중이다. TECC는 전쟁이나 테러 등 위급 상황에서 부상자 응급처치에 특화된 지침을 제공한다. 이는 일반 응급처치와 다른 접근과 안전한 환경에서 신속하게 치료하는 방법이 중요하다.
- 현장에서 경찰의 재난 대응 체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기후재난이나 전쟁, 대형화재, 교통사고 등 사고가 증가하는 추세다. 미국의 경우, 총격에 의한 과다 출혈 사망자가 많다. 우리는 우리만의 특수한 재난 상황이 있을 수 있다. 그동안 현장 경험으로 볼 때, 재난과 위급 상황에서 생명을 살리는 데 지혈대 사용이 매우 절실하다.
- 재난시대를 맞아 경찰관 장비가 안전위주의 보급품 지급이 필요한 것 같다. 향후 계획을 말한다면.
▲ 재난 상황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경찰 ‘장비포털시스템’ 희망 품목 샾 코너에 지혈대를 등재토록 해당 부서에 건의한 바 있다. 현재 검토 중이다. 무엇보다 지혈대 관련 법제화와 교육 프로그램을 추진해 이 분야 전문가들과 협업하여 시민들을 상대로 한 지혈대 응급처치 교육을 확대해 위중한 상황에 빠진 소중한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제도가 하루 속히 정립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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