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는 이상 없다는데…
왜 나는 계속 아플까요?
― 안성 올리브의원 설동오 원장 인터뷰
소제목1.몸이 괜찮다는데, 왜 계속 불편하고 통증이 있을까요?
- 진단의 한계와 자율신경계 문제
Q. 일반인이 놓치기 쉬운 ‘경고 신호’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A. “숨은 쉬어지는데 자꾸 답답하다”, “손발이 이유 없이 차다”, “밤새 자도 피로가 풀리지 않는다”는 말씀을 참 자주 듣습니다.
처음엔 피곤해서 그렇겠거니 하고 넘기지만, 증상이 반복되면 어느새 삶의 질이 크게 떨어져 있죠.
이런 경우 병원을 여러 곳 찾아 검사를 받아도 대부분 특별한 이상 없음이라는 결과를 듣게 됩니다.
하지만 본인은 분명히 힘든데, 병명은 없고 불안을 느끼시죠.
사실 이런 불편감의 뿌리는 자율신경계의 긴장, 즉 몸 안의 균형이 깨진 상태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이러한 증상들을 몸이 보내는 조용한 구조 요청이라고 생각합니다.
Q. 그렇다면 검사에서는 ‘이상 없음’으로 나오는데 계속 통증과 같은 증상들이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자율신경계는 우리가 의식하지 않아도 심장 박동, 혈압, 체온, 소화, 수면 등
기본 생리 기능을 24시간 조절하는 ‘자동 시스템’입니다.
문제는, 이 시스템의 이상은 CT, MRI, 혈액검사 같은 일반적인 검사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쉽게 말해, 기계는 멀쩡하지만 작동 리듬이 어긋나 있는 상태인 거죠.
그래서 검사 결과는 정상이라도, 실제로는 수면장애, 가슴 답답함, 만성 피로, 이유 없는 두근거림 등
여러 증상으로 괴로워할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수치보다 환자분의 말과 몸의 반응을 섬세하게 살피는 것이 중요합니다.
소제목2. 진료실에서 마주한 이야기
– 환자 사례와 의사로서의 진심
Q. 관련된 기억에 남는 환자분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A. 50대 중반의 남성 환자분이셨는데요, 오랫동안 손발 저림과 열감, 두통, 불면, 허리 통증까지 겹쳐 일상생활이 어려운 상태였고, 국내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수차례 검사를 받았지만 “특별한 이상은 없다”는 말만 들으셨다고 합니다.
진료를 진행하면서, 이분의 증상이 단순한 통증이 아니라 자율신경계 긴장과 전신 순환의 불균형에서 비롯된 것임을 짚어드렸고, 긴장된 조직을 이완하고 흐름을 회복하는 방향으로 치료를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겨울에도 손발에 선풍기를 틀어야 했던 열감이 줄고, 두통약 없이 지내게 되었다고 전해주셨습니다.
이처럼 몸이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흐름을 회복시키는 일, 그 과정에 개입할 수 있다는 것이 의사로서 가장 의미 있는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마라톤 선수 이봉주 씨가 방송에서 자율신경의 긴장을 낮추는 생활 관리와 돌봄으로 회복한 이야기를 들으며 큰 공감을 느꼈습니다. 치료는 단지 드러나는 증상을 다스리는 것이 아니라, 몸이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조건을 되찾아주는 과정이죠.
정확한 원인을 짚고, 설명하고, 회복의 방향을 함께 찾아가는 일. 그게 제가 이 일을 계속할 수 있는 이유이자,
의사로서 가장 큰 보람입니다.
소제목3. 좋은 병원을 찾는 기준
― 증상의 근본 원인을 짚어주는 곳인가?
Q. 환자 입장에서 좋은 병원을 찾아내는 기준을 어떻게 잡으면 좋을까요?
A.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내 증상의 근본 원인을 찾을 수 있는 곳인가?
그리고 그 설명이 정확한 신경 해부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내가 납득할 수 있는가?”
요즘은 의료진과 환자 모두 검사 수치에 의존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수치가 객관적이고 과학적이라는 믿음 때문이죠. 하지만 수치가 정상이더라도, 증상이 계속되는 데는 반드시 이유가 있습니다.
겉으로 드러난 부위만 보고 약이나 주사로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신경 해부학적으로 어떻게 연결되고 영향을 주는지, 설득력 있게 설명할 수 있는 실력이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런 진료는 기계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의사의 손과 눈으로 직접 몸을 살피고, 증상의 흐름을 함께 따라가려는 태도에서 시작된다고 믿습니다.
소제목4. 자율신경의 균형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주는 방법
–실천할 수 있는 관리법과 최신 자율신경계 치료 정보
Q. 그렇다면 자율신경의 균형을 회복하기 위해 환자 스스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자율신경의 균형을 회복하려면 신경, 혈관, 근육이 지나가는 통로가 부드럽고 촉촉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통로가 딱딱하게 굳거나, 압박을 받게 되면 신경계가 계속해서 긴장 상태를 유지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생활 속에서 실천 가능한 방법으로는 첫째, 하루 중 일정 시간 이상 ‘등을 펴고 깊게 숨 쉬는 자세’를 반복적으로 유지해보는 것을 권합니다. 단순한 스트레칭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는 등과 갈비뼈 사이를 지나는 교감신경 줄기(심장신경총, 척수옆신경절 등)의 압박을 완화시키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신경이 지나는 길이 부드러워지면, 몸 전체의 긴장도도 낮아지기 때문입니다.
또한, 카페인을 과도하게 섭취하지 않는 것입니다. 사실 저는 커피를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지속적인 교감신경 항진은 몸을 늘 전투 모드로 만들고, 이뇨작용은 근육을 건조하게 만들어 회복을 방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커피를 아예 마시지 않는 것이 힘들다면, 더블샷을 원샷으로 줄이거나, 아침에 커피를 마셨다면 오후에는 카페인이 없는 음료를 택하시길 권장드립니다.
Q. 자율신경계 관련해서 최근 관심을 받는 ‘스네피 주사(SNEPI)’는 어떤 치료인가요?
A. 네 요즘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계시죠. 스네피 주사는 Sympathetic Nerve Entrapment Point Injection의 약자인데요, 자율신경계 중 교감신경이 지나가는 경로에서 지속적으로 자극을 받는 부위를 조절해주는 주사입니다. 근막이나 근육 사이에서 신경이 눌리는 지점이 반복적으로 자극되면, 전신이 과도하게 긴장된 상태로 유지될 수 있습니다. 그 결과 수면, 소화, 순환, 에너지 회복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죠. 스네피 주사는 스테로이드 사용 없이, 신경계의 과민 반응이 일어나는 지점에 작용하여 자극을 완화하고 자율신경의 균형 회복을 유도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환자분들께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A. 우리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통증이나 불편함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죠. 검사상 이상이 없다고 해도 포기하지 않고, 조금더 시간과 의지를 갖고 원인을 찾아보셨으면 합니다. 진료실에서 저는 그런 과정을 함께 걸어가는 분들을 자주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그 몸의 흐름이 회복되는 모습을 지켜볼 때 저 역시 큰 보람과 책임을 함께 느낍니다. 그런 순간들을 함께 나눌 수 있다는 것, 그게 제가 이 일을 계속하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이성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