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 무라(MOORA) 작가님 첫 번째 이야기 1-3
[RED 빨강 이야기] 1-3. 비 오는 날
한국소비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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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10 23:08 | 최종 수정 2021.06.17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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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빨강 이야기]
무라(MOORA)
하늘에 구름이 낮게 꾸역꾸역 끼어 있고 바람이 세게 부는 것이, 어쩐지 날이 쉽게 갤 것 같지가 않았다. 일준은 창밖으로 고개를 슬쩍 내밀었다. 당구장집 아들 승재가 기다리고 있었다.
“뭐해, 빨리 나와!”
위쪽을 올려다본 승재가 일준을 발견하곤 크게 소리쳤다. 혹시나 할머니가 들을까 싶어 일준은 손가락을 입에 갖다 대곤 쉬쉬했다.
‘할머니가 오늘은 나가지 말라고 했는데.’
일준이 한숨을 쉬었다. 문득 어제 술래잡기를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나누었던 얘기를 떠올렸다. 분명 오늘은 오락기보다도 더 재밌는 놀이를 할 것이라고 했는데. 게임보다 더 재미있는 놀이라니! 그게 무엇인지 감이 안 잡히지는 않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 놀이라는 것을 포기할 수 없었다.
이미 해가 떨어졌다. 이 시간에 나간 적은 거의 없었다.
‘잠깐만 갔다 오자.’
괜찮을 것이라고 일준은 스스로를 위안했다. 겉옷을 챙겨 입고는 문을 열고 살금살금 계단을 내려갔다. 집은 조용했다. 할머니는 외출 중이거나 안방 안에서 신문을 보고 있을 것이었다. 일준은 아무도 모르게 집을 나섰다. 막상 집을 나서니 더 바람이 거세게 불지 싶었다. 겉옷 지퍼를 끝까지 올렸다. 전봇대가 기대고 서있던 승재가 일준을 반겼다.
“한참 기다렸네.”
“뭐하고 놀 건데?”
일준이 물었다. 승재가 웃음을 참지 못하는 듯 입을 앙다물고 뜸을 들였다. 무엇 때문에 저러는지 알 도리가 없었다.
“빨리 말해봐.”
일준이 승재를 재촉했다.
“담력체험!”
승재는 벌써부터 기대에 찬 눈을 하고 있었다.
“우리가 얼마나 용감한지 시험 볼 거야.”
“시험?”
되묻는 일준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승재가 고개를 끄덕였다. 장난기 가득한 얼굴이었다.
“음… 어떻게 봐?”
“공중화장실에 혼자 가서 오줌 누고 오기!”
승재가 킥킥거리며 웃었다. 이게 그 재미있는 놀이라니. 그러면 잘못했다가 이럴 줄 알았다면 감기에 걸려 아프다는 핑계를 대서라도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일준은 덜컥 겁이 났다. 평소 무서운 것이라면 질색을 하는 일준이었다.
“근데 겁나면 그냥 가도 돼! 대신 바보 겁쟁이라고 놀려줄 거야.”
승재가 으름장을 놓았다. 그리고는 일준을 빤히 쳐다보았다. 장난기 어린 표정이 가득했다. 이제 와서 발을 뺄 수도 없었다. 이대로 다시 집에 들어간다면 겁쟁이처럼 보일 것이었다. 한동안 놀림거리가 될 것임이 뻔했다. 승재한테는 다른 친구들도 많았고 겁쟁이라는 소문이 퍼질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러기에는 자존심이 상했다.
“재밌겠다. 얼른 하러 가자.”
일준이 황급히 말했다. 그리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낮게 깔린 먹구름이 흘러가는 속도가 심상치 않았다. 서늘한 바람이 이따금씩 불었다. 일준이 한숨을 푹 쉬었다. 벌써부터 오줌이 마려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승재의 장난에 금방 잊어버리곤 수다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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